경제
메가트렌드로 뜬 `길거리 패션`···패션업체들 속속 합류
입력 2017-07-30 15:49 
엠케이트렌드의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NBA' 제품사진. <사진제공=엠케이트렌드>

길거리 패션, 뒷골목 패션 등 별칭과 함께 젊은층의 전유물 취급받던 스트리트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힙합·농구·스케이트보드 등 '거리 감성'을 핵심요소로 하는 패션 스타일을 무기로 "1020세대가 이끄는 새 메가트렌드"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이미지 변신을 노리는 기성 브랜드들도 라인업 확장이나 외부와의 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길거리 패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여성복 브랜드 보브(VOV)가 이달 초 신규 론칭한 스트리트 패션 라인 #VX의 13개 품목 중 5개 품목의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고 20일 밝혔다. 라인업 전체 판매율도 일찌감치 50%를 넘어섰다. 이는 해당 라인업 출시 열흘 만의 일로, 일반 여성복이 한 시즌을 마감해야 70% 판매율이 나오는 것과 견주면 놀라운 실적이다. 보브는 본래 정통 여성캐주얼 브랜드로 스트리트 룩과 상당한 거리가 있었지만, 최근 스트리트 패션이 받고 있는 인기와 주목도를 고려해 모험을 시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보브(VOV)의 신규 스트리트 라인 #VX 제품사진.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기존의 주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최근 실적 역시 장밋빛이다. 엠케이트렌드가 내놓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NBA는 지난해 한국에서만 2년 전보다 59% 오른 약 61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길거리·스포츠 트렌드의 쌍끌이 강세 영향으로 올 상반기에도 큰 매출 신장을 거둔 것이다.
길거리 패션 열풍은 해외에서도 내노라하는 명품 브랜드가 콧대를 낮추고 스트리트 브랜드에 협업 제의를 보낼 만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 상륙한 루이비통·슈프림 콜라보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6월 30일과 7월 7일 1·2차에 걸쳐 열린 서울 청담동 팝업스토어 앞에 수백 명 대기자가 몰렸다.
최근 가장 핫한 명품브랜드로 꼽히는 베트멍은 그 자체가 스트리트 감성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지난해 선보인 2017 봄·여름 컬렉션에서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챔피온과 협업해 글로벌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버버리도 지난달 2018 봄·여름 컬렉션 제품을 공개하며 스트리트 패션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와 콜라보한 남성복을 선보였다.
지난 1980년대부터 일부 마니아에 어필해 온 길거리 패션이지만, 근래 들어선 1020 유스 세대가 사회 문턱에서 겪는 어려움을 표출하는 도구로 주목받아 메인스트림이 됐다. '밀레니얼 세대' '사토리 세대' 'N포 세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성장둔화에 따른 고난은 젊은층 공통의 경험인데, 이들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을 개성있게 표출하는 도구로 길거리 문화가 선택된 것이다. 힙합 뮤지션들의 모습이 고급스러워지는 등 문화 자체의 세련미가 높아져 젊은층의 미적 감각에 어필한 점도 한몫했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1020세대 젊은층은 과거의 '차려입은' 스타일보다 평범한듯 꾸미지 않은 스트리트 스타일이 더 멋지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며 "현실이 막막한 '픽미세대'가 갖는 개성 추구 흐름에 레트로 패션의 유행, 에슬레저 붐이 곁들여져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보브(VOV)의 신규 스트리트 라인 #VX 제품사진. <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이같은 흐름을 본 일선 패션업계도 브랜드 쇄신 차원에서 스트리트 패션 접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브 외에 형지I&C의 남성복 브랜드 '본'이 지난 5월 힙합을 테마로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아예 '미래 먹거리'가 되어줄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 후보로 스트리트 패션을 흡수했다. '언사인드' 브랜드명 아래 독립된 스트리트 디자이너들을 디자인에 참여시켜, 두 달 간격으로 국내외에 꾸준히 선보이는 실험을 진행중이다.
스포츠·캐주얼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스트리트 패션과의 거리감이 적어 '길거리 감성 입기'에 더욱 적극적이다. 휠라는 지난 6월 일본의 대표 스트리트 브랜드인 해브 어 굿타임과 협업한 컬렉션을 한·일 양국에 동시에 선보였고, 캐주얼 브랜드 MLB도 유명 스트리트 브랜드 '빈트릴과의 콜라보 상품을 내 눈길을 끌었다. 이들 캐주얼 브랜드는 가까운 이미지에 맞춰 '폴햄'이 지코를, '버커루'가 우태윤을 광고모델로 쓰는 등 힙합 뮤지션 활용도 넓히는 추세다.
[문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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