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SNS서 난리 난 신라호텔 망고빙수 직접 먹어보니…
입력 2017-07-28 18:06  | 수정 2017-07-29 11:42
[사진 = 김지혜 에디터]



벚꽃엔딩 노래가 들려오면 봄을 체감하듯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사진이 보이기 시작하면 여름이 왔음을 알 수 있다. 바로 4만2000원짜리 신라호텔 애플망고 빙수(이하 망빙)다. 망빙의 인기는 몇 년전부터 시작됐다. 젊은 인스타그래머들의 여름철 필수 사진으로도 유명하다.
처음에는 작은 사치를 지향하는 욜로(YOLO) 트렌드와 맞물려 반짝 유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망빙의 인기는 좀비엔딩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가히 호텔 빙수 대중화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다. 허세·허영심도 아니다. "맛있다"는 후기도 쏟아진다. 평소 빙수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의 애플망고치즈 빙수(1만900원)를 좋아하는 에디터는 궁금해졌다. 맛은 어떤지, 이토록 인기가 유지되는 비결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방법은 하나다. 거금을 투자할 큰마음만 가지면 된다. 독자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스스로에게 계속 주문을 외우며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호텔에 들어서니 로비에 설치된 박선기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줄에 연결된 수많은 아크릴 조각이 천장에 매달려 있는데 흡사 은하수 같은 모습이다. 신라호텔을 방문한 이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비공식 포토존'으로 알려진 곳이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망빙은 1층 입구 우측에 있는 바·라운지인 '더 라이브러리'에서 먹을 수 있다. 평일 낮 시간인데도 빈자리가 몇 군데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를 잡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많은 테이블에서 망빙을 시킨 것을 볼 수 있었다. SNS에 올리기 위한 것인지 사진을 열심히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에디터 양옆 테이블에 앉은 남녀 커플과 친구처럼 보이는 두 여성 역시 망빙을 시켰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주문한지 30분 정도 흘렀을 때 직원이 고급요리를 가져다주듯 덮개를 덮은 망빙을 쟁반에 받쳐 가져다줬다. 곁들여 먹을 단팥과 망고셔벗이 사이드로 함께 나왔다. 단팥과 셔벗은 양 조절을 해서 먹어야 한다. 추가할 경우 각 7000원씩 더 내야 한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사전에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이곳 망빙이 비싼 이유는 제주산 생(生) 애플망고를 410g가량 가득 넣어주기 때문이다. 단팥은 국내산 팥을 매일 삶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애플망고는 일반 망고보다 단가가 비싼 편이다. 따라서 시중 망빙에는 대부분 일반 망고를 토핑으로 올린다. 만약 애플망고를 사용했다면 동남아에서 수입한 과일을 냉동시킨 경우가 많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한눈에 봐도 양은 많아 보였다. 후식으로 먹는다면 3~4명이 나눠 먹기에 충분하다. 토핑으로 올라간 생 애플망고를 살짝 걷어내니 결이 살아있는 우유얼음이 나왔다. 반 이상 먹다보면 아래쪽에는 우유얼음 사이사이 망고셔벗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빙수를 덜어 먹을 조그마한 그릇도 사람 수대로 준다. 그릇은 철과 같은 재질이었는데 빙수를 담으니 매우 차가워졌다. 나중엔 손이 시려울 정도였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망고토핑과 우유얼음을 앞접시에 덜고 단팥, 셔벗을 올려 한입 먹어봤다. 망고는 싱싱했고 팥알은 살아있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셔벗은 망고의 향을 더 진하게 느끼게 해줬다. 하지만 평소 즐겨먹던 '싼' 망빙과 무슨 맛의 차이가 있는지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예상했던 맛이었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좋은 식재료를 써서 만든 빙수를 호텔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받으며 먹을 수 있는 데다 SNS용 사진을 찍기 좋으니 사람들이 몰리는 건가 싶었다. '나는 앞으로 이 돈을 내고 빙수를 먹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라도 즐기자는 생각으로 피아노, 하프, 플루트 연주에 귀를 기울였다. 점심을 먹고 가서 그런지 배가 불러 숟가락을 놓게 됐다.
[사진 = 김수연 인턴기자]
몇 분이 지나 빙수가 살짝 녹은 모습을 보고 얼른 먹어야겠다며 다시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아까와는 맛이 달랐다. 훨씬 풍미가 느껴졌다. 우유얼음은 정말 고소했고 망고에서는 꿀을 바른 듯 단맛이 났다. 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달진 않았다. 전반적으로 재료 본연의 맛이 우러나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이었다. 간간히 망고 특유의 석유맛(?)이 나는 조각이 씹히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망고에서는 맛있는 과일을 먹을 때 느껴지는 깊은 맛이 났다. 그렇다고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다. 예상할 만하지만 자연스럽게 맛있는 맛이랄까.
와인을 마실 때와 비슷했다. 와인도 너무 차가운 온도에 보관하면 처음에는 맛과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와인의 온도가 상온과 가까워지면 맛이 열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빙수 역시 그랬다.
[사진 = 김지혜 에디터]
빙수를 다 먹고 나니 4만원대 망빙은 큰 사치라 생각했던 에디터의 생각에 변화가 생겼다. 기분 내고 싶은 날 호텔에서 지인 3~4명과 신선한 재료로 만든 빙수를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먹는게 스스로에게 큰 죄책감을 느낄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고급 세단들이 드나드는 신라호텔에서 지하철역까지 비오듯 땀을 흘리며 내려오는 중 다시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나에게 저 망빙은 큰 사치구나.
[김지혜 에디터 / 영상 = 김수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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