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반기 땅값,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입력 2017-07-27 16:38 

올 상반기 전국 땅값이 1.84% 오르며 9년만에 최대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택은 0.54%, 아파트는 0.42% 오르는데 그쳤다. 저금리로 갈 곳 잃은 시중 유동자금이 몰려든데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부양에서 규제로 돌아서면서 투자처로서 토지의 매력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올 상반기 전국 토지가격이 지난해말보다 1.84%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국 평균 땅값은 2010년 11월 이후 8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반기 지가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변동률(1.41%)보다 소폭 높은 수치이며 2008년 상반기 2.72%를 기록한 이후 반기 기준으로 9년만에 최고치다. 또 상반기 기준으로 2013년 0.51%를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매년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땅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경기 부양에 힘입어 한동안 아파트 등 주택이 재테크 대상으로 부각됐으나 최근 들어 토지가 각광받은 결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지가 상승률은 2.4%로 아파트(4.89%)나 주택(3.51%)를 밑돌았지만 지난해에는 역전됐다. 지난해 지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한 반면 아파트(0.76%), 주택(0.71%)는 상승폭이 크게 축소됐다. 최근 10년 통계를 살펴보면 주택, 토지는 등락폭이 큰 반면 토지는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이후 주택시장 과열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부의 규제가 강해지면서 2013년 이후 3년만에 상승률이 역전됐다.
상반기 토지 거래량 역시 155만3739필지로 전년 대비 10.4% 늘었다. 이는 토지 거래량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상반기 기준 최대치다. 총 면적은 1095.4㎢로 서울 면적의 1.8배에 달했다.

전국 17개 시·도의 지가가 모두 상승한 가운데, 수도권이 1.86%로 지방(1.82%)보다 상승률이 소폭 높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세종은 3% 오르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각종 개발호재가 있는 부산은 2.88%로 뒤를 이었으며 중국인 투자수요에 힘입어 한동안 압도적 격차로 1위를 달리던 제주는 2.65% 오르며 3위를 기록했다. 서울이 2.1% 오르며 뒤를 이었다.
올 들어 땅값이 크게 오른 원인으로는 우선 경기개선과 개발 호재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25일 '2017년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9%로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게다가 수도권에서는 광역급행철도(GTX), SRT, 경전철, 3·7·9호선 연장공사가 진행중이고 강원도에서는 고속도로·고속철도가 신설되는 등 전국 곳곳에 굵직한 교통호재들이 있다. 교통은 땅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현 정부 들어 국토균형개발과 도시재생이 부각되고 있는 점도 토지 투자를 부추기는 요소다.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정책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만큼 과거 낙후됐던 지역에서 대대적인 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일부 투자자들이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파트값이 서울 급등-지방 부진의 양극화가 뚜렷한 반면 땅값은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가 거의 없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상반기 땅값 상승률이 가장 부진한 곳도 울산 동구, 경남거제, 전북 군산, 경남 통영 순이다. 모두 조선산업 위기로 지역경제가 침체된 곳이다. 경기가 땅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서 후행적으로 땅값이 오른 영향도 일부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토지 거래금액은 주택에 비해 크고 무겁기 때문에 땅값 흐름이 집값에 후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택거래로 자금여력이 생긴 투자자들은 토지거래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가뜩이나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가용택지가 부족하다보니 개발 가능한 토지의 가치가 크게 뛰었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비사업용 토지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년 이상 보유한 대규모 비사업용토지를 내다팔 경우 52.8%의 양도세율을 적용받았지만 올해는 38.5%만 부담하면 된다. 문진혁 다솔리더스 대표세무사는 "비사업용 토지 매매에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되면서 비사업용 토지 매물이 늘어났고 그 결과 시중의 유동자금이 토지거래로 향하면서 땅값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 따른 부동산 수요 증가로 토지 가격상승과 거래 증가가 나타났으며 개발 수요가 많은 지역 중심으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며 "개발 수요 및 투기 우려가 많은 지역에 대해서는 토지 가격과 거래 상황에 대해 시장을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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