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명암 갈린 서경배와 차석용…"사드에 울고 웃고"
입력 2017-07-26 15:35  | 수정 2017-07-26 17:06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좌)과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K-뷰티' 양대산맥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상반기 성적표가 나란히 공개됐다. 국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조치로 화장품 업계의 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 1위와 2위의 희비가 엇갈렸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사드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반토막난 실적을 내놨다. 반면 LG생건은 화장품 사업이 주춤하는 동안 생활용품과 음료사업 등 다른 사업부를 통해 손실을 만회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날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3조2683억원, 영업이익은 508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6.1% 30.2%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2분기 영업이익 또한 57.9% 급감, 매출액도 17.8% 줄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도 타격을 받았다. 국내 사업 매출은 10.1% 감소한 1조9100억원, 영업이익은 32.3% 하락한 3166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보이며 승승장구 하던 글로벌 사업은 국내외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성장세가 둔화해 매출은 7.3% 성장한 885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16% 가까이 내려갔다.

사드보복으로 중국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여행을 전면 중단한 이후 매출 30%를 차지하던 면세점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설화수, 헤라 등 고가화장품이 주도했던 면세점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4.7%나 하락했다. 또한 요우커의 감소는 명동, 강남 등 주요 관광 상권 매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고정비 부담·인건비 상승 등 악재로 이어졌다.
이에 비해 LG생건은 사드 보복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생건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9% 증가한 3조1308억원, 영업이익은 7.3% 증가한 4924억원으로 집계됐다. 사드 보복이 본격화됐던 2분기의 경우 매출이 1.5% 줄어들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3.1% 성장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LG생건 역시 면세점 매출이 하락(-26%)하며 화장품 부문이 주춤했지만 코카콜라 등 음료와 생활용품 부문이 성장세를 보이며 화장품의 부진을 상쇄했다. 2분기 음료 부문 매출은 3757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28.1% 뛰었다.
비슷한 시장 악화 속에서도 양사의 명암이 엇갈린 데에는 사업을 이끄는 각 수장들의 다른 경영스타일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아모레퍼시픽을 이끄는 서 회장의 경우 '화장품 온리(only)'를 외치며 이외 비(非)화장품 사업은 매각하거나 연구 ·개발(R&D)을 소홀히 해왔다. 실제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의 약 90% 가까이가 화장품 사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그 의존도가 상당하다. 또한 이 중 35% 이상이 중국인 매출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결국 사드발 위기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차 부회장은 특유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경영을 통해 화장품 외에도 음료, 식품, 생활용품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매출 균형을 강조해온 인물이다. 사업부문에서 화장품 비중이 절대적이지 않은데다 면세점 외에 현지 백화점, 방문판매 등 유통망을 고루 확보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앞으로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온라인 시장 강화, 체험형 공간 등으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면서 "중국 외에도 인도, 중동, 북미 등 해외사업 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생건은 하반기에도 후, 숨 등 고가 화장품 브랜드를 앞세워 사드를 정면돌파 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사드 보복 극복에 일등공신인 생활용품과 음료부문도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 '삼각 포트폴리오'를 더욱 공고히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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