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이수훈 "평창 올림픽 남북 함께한다면, 대통령께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건의"
입력 2017-07-23 14:06  | 수정 2017-07-23 16:14
이수훈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이 20일 매일경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획위 위원장 취임 후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환 기자>

◆이수훈 국정자문기획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 단독 인터뷰◆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인 이수훈 경남대 교수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의 설계자로 통한다. 참여정부 시절 동북아시대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문재인 정부 5년간 추진할 외교안보 분야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특히 국정기획위 출범 당시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이었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발탁된 뒤 자진사퇴하면서 생긴 공백을 잘 메워 '구원투수'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국정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0일 매일경제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내년 2월 개최되는 평창올림픽이 남북 관계에 획기적인 진전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라며 "남북이 함께하는 평화 올림픽이 된다면 대통령께 평창올림픽 폐막 후 열리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를 건의드리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훈련 중단은 불가능하다. 다만 기존과 다른 방식의 연합훈련이 이뤄진다면 이는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시그널이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한 구상을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 대통령이 기획위가 보고한 '전작권 임기 내 환수'를 '조속히 환수'로 수정했다. 대선 때 전작권 임기 내 환수를 약속했는데 입장이 후퇴한 것 아닌가?
▷문 대통령이 전작권 전환 문구를 수정한 것은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한 약속 때문이다. 당시 두 정상은 '전작권의 조속한 전환'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문구를 수정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4년 혹은 8년간 트럼프 대통령과 한 약속, 즉 한미간 합의 사항은 이렇게 지켜나갈 것이다.
―외교안보 보고에서 대통령은 무엇을 가장 강조하시던가?
▷우선 어떠한 외교안보 현안이든 '임기 내 무조건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으셨다.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다녀오신 이후 이런 점이 더 강해지셨다. 비핵화 문제 진전을 위해 남북 관계 개선 의지도 강하시다. 강력한 안보 구축을 위한 국방개혁과 방산비리 근절에도 중점을 두셨다. 기획위는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청와대 산하에 두겠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의 국방개혁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 60일간 보고서를 준비하며 청와대와의 갈등 혹은 부처 반발은 없었나?
▷모든 것이 일치할 순 없다. 전작권 전환과 같은 민감한 문제는 청와대와 협의했다. 국방개혁특위의 경우에도 청와대 산하에 둘지, 총리실 산하에 둘지, 국방부 산하에 둘지 이견이 있었다. 기획위는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해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는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제안했다. 북한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북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성사되지 않는 일이다. 상당히 아쉽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아예 포기하지 않는 이상 대화에 응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일관된 자세와 정책을 갖고 대화 제의에 나설 것이다. 그게 기획위의 정책 방향이었다.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적 비핵화 달성을 위한 문 대통령의 철학은 한 사건에 좌우되지 않는다. 남북 관계에 있어 긴밀한 한미 공조하에 긴 호흡과 인내심을 갖고 추진할 것이다.
―북한이 대화를 원치않고 ICBM도발을 하는 상황에서 대화 제의가 한미·한미일 동맹의 균열을 야기한다는 우려가 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지난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던 것 아닐까.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의 주도권을 인정했다. 이런 한미간의 이해와 합의 속에 남북 대화 제의에 나선 것이다. 그런 우려는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반응이 없고 도발이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 제의는 국민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대북 정책에 있어 중요한 것은 국민적 지지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나라'를 표방하고 있다. 대북 정책에 있어 국민을 저버리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가 원치 않고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킨다면 재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 역시 남북간의 끝없는 대립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전 국민에게 국정운영계획을 발표하며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고 하셨다. 어떤 의미인가?
▷'평화 올림픽'은 대통령이 사용하신 용어다. 남북한이 함께하는 올림픽이 평화 올림픽 아니겠나. 올림픽이란 국제적 틀 속에서 남북 사이에 접촉과 대화가 있다면 국제사회 역시 환영하고 지지할 것이라 본다. 스포츠 교류는 국제 제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평창올림픽은 남북한 관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지난 10년동안 팽배했던 남북한의 적대감과 군사적 긴장감을 해소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다. 평화 올림픽이 성사된다면 남북 관계 개선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본다.
―평창올림픽 폐막 후 다음달인 3월 한미 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에 남북한이 함께 참여해 한반도에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은 불가능하다. 다만 평창 올림픽 폐막 이후 3월 평창 패럴림픽(장애인 올림픽)과 동시에 진행되는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선 대통령께 일부 축소 혹은 현재와는 다른 훈련 방식을 건의드릴 수 있다고 본다. 전략자산 배치를 축소하거나 훈련을 하더라도 조금 더 로우키로 할 수 있지 않겠나. 이런 한미의 행동이 북한과 국제사회에 보내는 시그널은 상당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올해 안에 북핵 로드맵을 완성하고 2020년까지 완전한 핵폐기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했는데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로드맵 없이 가긴 어렵다. 실제 비핵화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예단하기 어렵겠지만 우선 타임라인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020년은 문재인 정부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운영하며 집권 중반기로 접어드는 시점이다. 이때는 가능하다면 북핵 문제가 모종의 전환점에 들어서야 한다. 앞으로 2년간 남북간 민간교류, 군사당국 회담을 통해 신뢰를 쌓고 2020년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본격적 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핵 동결은 비핵화에 입구라 했고 핵 폐기는 비핵화에 출구라는 2단계 한반도 비핵화론을 말했다. 핵동결의 정의는 다양하다. 위원장님이 생각하는 북핵 동결은 무엇인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동결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라늄 농축시설 등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중단(suspension)이 핵동결의 정의이다.
―한반도 비핵화 전략 중 '남북간 교류 협력을 통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가장 먼저 나온다.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금강산 관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7월 6일 발표한 신베를린 구상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강조하셨다. 남북 경제 협력을 강화해 동해권 에너지·자원 벨트, 서해권 산업·물류 교통 벨트, DMZ환경·관광 벨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인데 이 각각의 계획 중 쉬운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정치적·군사적 신뢰 구축 없이 신경제지도 구상을 현실화하기 어렵고 당장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어렵다. 시작은 민간 교류, 특히 스포츠 교류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장기적 프로젝트로 생각해달라.
―국정운영 계획에는 한중, 한일 관계도 언급되어 있다. 사드와 위안부 합의를 두고 한중, 한일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는데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신정부 들어 전혀 변하지 않았다. 반대 입장은 여전하며 그런 중국의 목소리는 여러 채널을 통해 들려온다. 8월 24일이 한중 수교 25주년이지만 중국과의 정상회담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지난 7월 양 정상이 이미 만나지 않았나. 우선 양국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지난 정부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위안부 합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재협상과 파기는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현재 외교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획위 초기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누락 보고를 받았던 당사자가 위원장님이었다. 국방부 내에선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반입 누락 보고는 용납될 수 없는 국방부의 과오이다. 엄중한 질책이 필요한 문제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건의 여파가 커졌는데 기획위에서 다룰 문제는 아니라 생각해 바로 안보실에서 처리하라고 했다. 국방부가 억울한 사건은 아니었다고 본다.
―기획위 외교안보분과 위원장으로써 아쉬운 점은 없으신가?
▷국정운영계획 5대 목표 중 외교안보 관련 주제가 다섯번째 맨 아래에 배치되어 있다. 기획위 내부에서 내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셨던 정치인들이 많았다. 외교안보 문제가 다소 소홀히 다뤄진 측면은 아쉽다.
―앞으로의 역할, 또 대통령께 고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문재인 정부의 외곽에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자문을 하고 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점이 있다면 지적도 해드리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이념은 국민의 나라이다. 외교안보 정책 역시 국민들과 함께 가야 성공한다. 국민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지금의 초심을 대통령이 유지하시길 바란다.
■ He is...
△1954년 경남 창원 △부산대학교 영문학 학사 △부산대학교 영문학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한국비교사회학회 회장 △세계사회학회 동아시아 집행이사 △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국제평화재단 이사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게이오대학교 초빙교수 △경남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외교안보분과 위원장
[박태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