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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건강관리서비스, 헬스케어시장 여나
입력 2017-07-18 17:44  | 수정 2017-07-19 11:12
AIA생명, 건강관리서비스 개시
# 외국계 보험사에 다니는 40대 직장 여성 손 모씨는 직장이 있는 서울시청 부근 순화동에서 아현동 집까지 매일 30분 정도 걸어서 퇴근한다. 교통비도 아끼고 보험사가 제공하는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해 '일주일 걷기 목표'를 달성하면 음료 쿠폰을 받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퇴근길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매주 6만보를 걷는다는 손씨는 보험료 할인 혜택까지 챙길 수 있게 됐다. 비의료기관의 유사의료행위 엄단을 주장하는 의료계 반발로 막혀 있던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에 보험사들이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AIA생명이 이르면 9월부터 국내 최초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건강관리 서비스 'AIA 바이탈리티'(가칭)를 오픈해 실질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 시장에 진출한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서비스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으려고 노력했지만 의료법 위반 논란 등으로 시장 참여를 관망해왔다. 하지만 AIA생명이 물꼬를 트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헬스케어 서비스 확대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진단이다.
AIA생명의 '바이탈리티'는 소비자가 직접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면서 보험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바이탈리티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후 신체 정보(나이·신장·몸무게 등)와 생활습관(운동강도·식습관 등) 등을 입력하면 된다. 입력된 정보에 따라 앱이 건강 나이를 알려주고 운동 방법을 제안하면 이에 따르면 된다. AIA생명은 일주일 목표치를 제시하고 앱 이용자가 이를 달성하면 음료권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해당 앱 이용자가 자사 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안도 추진 중이다. AIA생명은 현재 식음료회사, 스포츠 브랜드 등 다수 기업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는데, 바이탈리티 서비스는 AIA생명 고객뿐 아니라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다.
AIA생명 관계자는 "앱을 통해 걸음 수, 칼로리 소비, 심장박동 수 등의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고 향후 이 같은 데이터를 고객이 이용하길 원할 경우에는 자유롭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AIA생명은 지난 2월부터 임직원을 상대로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직원 560명 중 매월 평균 75%가 앱을 활용했고 참가자의 65%가 목표를 달성해 음료권 등 혜택을 받았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고객이 자신의 건강을 챙길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이 건강할수록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과 보험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평가했다.

의료법 위반 논란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다른 생보사들은 AIA생명의 바이탈리티 서비스 시행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비의료기관의 의료행위는 처벌 대상이지만 어떤 게 의료행위이고 어떤 게 비의료행위인지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행위에 대한 대법원 판례나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이 상당히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2012년 대법원은 의료행위에 대해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해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보험업계는 AIA생명이 제공하는 바이탈리티 서비스는 고객이 스스로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분쟁의 소지가 생길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별다른 논란을 초래하지 않고 AIA생명 서비스가 안착되면 다른 보험사들도 헬스케어 사업 영역을 조금씩 넓혀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현재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사들은 의료법에 막혀 병원 예약이나 대행업체를 통한 상담 서비스 등 초보적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머물고 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헬스케어 서비스 분야는 국내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사업이지만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어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올 초 복지부와 금융위원회, 보험권 협회 등이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지만 정권 교체 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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