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다짜고짜 공공기관장 퇴출리스트 발표한 노동단체
입력 2017-07-18 15:59 

공공부문 양대노총이 '청산대상 적폐 공공기관장' 10명이 담긴 1차 명단을 공개하면서 노골적인 퇴진압박을 시작했다. 국정농단 세력에 부역하거나 전 정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찬성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일부 기관장의 경우 뚜렷히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연관된 정황이 없거나 정부 경영성과 평가에서도 우수한 결과를 보였음에도 인민재판 하듯 '블랙리스트'에 올려 해당 기관 반발도 거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사유 중 하나가 '공무원 사직강요'로 인한 직권남용이었던 만큼 새 정부가 직접 나서기 힘든 상황에서 노동계에서 대신 '총대'를 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명의 '적폐' 공공기관장을 발표했다. 공대위 측은 "적폐기관장의 경영농단으로 인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부문에서 가장 시급히 적폐를 청산해야할 공공기관을 1차로 발표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양대노총이 발표한 적폐기관장은 ▲홍순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유제복 코레일유통 대표이사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직무대행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 ▲이헌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 등이다.
공대위는 이번에 발표한 적폐기관장 선정 기준에 대해 ▲국정농단 세력 또는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알박기로 임명됐으나 아직 사퇴하지 않은 기관장 ▲성과연봉제 강제도입을 위해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성과연봉제 폐기 등 새로운 정부의 정책수행을 거부하는 기관장 ▲국정농단 세력에 적극 부역한 전력이 있는 기관장이라고 밝혔다.

홍순만 사장의 경우 성과연봉 불법행위, 노사관계 파탄, 중대재해사고 책임전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유제복 대표의 경우 국정농단세력 낙하산이라 규정했다.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노조파괴, 밀실경영, 모럴해저드 등을 근거 삼아 퇴임을 요구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경우 특검 수사를 통해 최순실·박근혜 의료게이트에 연루정황이 드러난 상황이지만 나머지 기관장들의 경우 대체로 친박인사이거나 전 정권 임명인사라는 이유로 '국정농단' 부역 기관장으로 규정됐다. 다른 대다수 인사들은 양대노총이 반대한 성과연봉제 추진이 주요 근거였다.
김옥이 이사장의 경우 대표적인 친박계 인물이고 박희성 직무대행의 경우 과거 동서발전내 직원들을 발전노조에서 탈퇴시키고 기업별 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등 행위에 대해 사실상 '적폐' 꼬리표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 정영훈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사장과 박희성 한국동서발전 사장 직무대행도 B등급를 받아 비교적 양호한 경영실적을 평가받았다.
해당 기관들도 반발하고 있다. 퇴출대상에 포함된 기관장 A씨는 "정무직이라는 건 결국 그 정부 정책을 구현하는 심부름꾼 아니냐"며 "전 정권 정책에 동참했다고 해서 다짜고짜 '적폐기관장'이라고 이름을 올린 자체가 매우 불쾌하고 불명예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공기업 관계자는 "국민여론 중에는 소위 귀족노조를 옹호하는 단체인 민주노총을 오히려 적폐라는 의견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런 양대 노총 요구는 새 정부가 주요 내각 인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공공기관장에 대한 교체 작업에 착수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에도 공무원 사직 강요 등의 직권남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정부가 직접 사직을 권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동계를 방탄막으로 세우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는 "공기관장들이 임기가 보장돼 있지만 전 정권 부조리의 문제점도 있어 바꾸긴 해야한다"며 "그러나 국가권력이 '물갈이'에 직접 개입하면 절차상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심전심인 노동계가 대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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