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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檢수사 직격탄…방산株 `우수수`
입력 2017-07-17 17:35  | 수정 2017-07-17 20:08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산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방산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적법하고 투명한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KAI 측의 해명에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방위산업 전반에 대한 암울한 상황 지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는 한화테크윈, LIG넥스원 등 다른 주요 방산업체들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도 예상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KAI 주가는 5만1000원으로 전날 대비 11.46% 급락했다. 52주 신저가는 물론, 2015년 3월 20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는 지난 14일 수리온 헬리콥터 개발비 과다책정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여파다. KAI는 수리온 개발 원가를 약 540억원 과다책정해 방사청에 비용을 청구하고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1조5500억원 규모 수리온 3차 양산과 6300억원 규모 상륙기동헬기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이 될지, 완제기 수출 프로젝트들에 대해 정부가 어떤 방침을 보일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이는 직접적으로 회사 실적에 영향을 주는 사안들이기 때문에 이번 수사가 회사 측에 긍정적인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주가 회복도 당분간 지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방산비리는 단순한 비리를 넘어 안보에 구멍을 뚫는 이적행위에 해당한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수사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KAI 사업은 오는 12월 결정될 미국 차기 고등훈련기(APT) 사업이다. 이 사업은 17조원 규모로 미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수출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부패지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특성상 이번 검찰 수사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밑돌 것으로 보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AI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7663억원, 영업이익 803억원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16.2% 감소한 수치다. 윤관철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에 기대했던 완제기 수출이 지연되면서 관련 매출이 예상에 부합하지 못할 전망"이라며 "수익 기여가 높은 완제기 부문의 부진이 수익성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KAI에 대한 본격적인 검찰 수사는 다른 국내 방산업체들에도 타격을 줬다. 한화테크윈 주가도 전 거래일 대비 2.24% 하락한 3만9300원에 장을 마쳤고, LIG넥스원도 6만7100원으로 2.47% 하락했다. 휴니드는 5.19% 급락했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테크윈은 KAI에 엔진을, LIG넥스원은 전자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며 "이번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가 KAI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른 업체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정부의 방산비리 척결 의지로 주가가 기업가치에 비해 저평가된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은 그나마 투자 포인트로 삼아볼 만한 대목이다. KAI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53배로 업종 평균인 2.61배를 웃돌고 있지만, 한화테크윈과 LIG넥스원은 각각 0.89배, 2.34배에 머물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주가가 업종 대비 크게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 LIG넥스원은 국방부가 발표한 2018년 국방예산 요구안에서 최대 수혜 기업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이 호재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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