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입주 여건도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2일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입주경기실사지수(이하 HOSI, Housing Occupancy Survey Index)를 발표하면서 이같은 의견을 냈다.
HOSI란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 중 해당 달에 입주를 앞둔 업체들을 대상으로 입주 여건에 대한 기대치를 조사해 낸 지수를 말한다. 입주는 분양과 다르게 실제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대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주택수급계획을 짜는 정부·기관이나 사업계획을 세우는 주택사업자들이 실수요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시장의 수급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HOSI는 각 입주 여건 설문 항목에 대한 공급자들의 응답을 종합해 '좋음' 응답 비중에서 '나쁨' 응답 비중을 뺀 후 여기에 100을 더해 계산된다. 100을 넘으면 긍정적인 전망에 해당하지만 100미만이더라도 숫자가 클수록 상대적으로 여건이 좋다고 판단하는 공급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별로 보면 7월 시장 HOSI 전망치는 전국이 81.0인 가운데 서울이 89.6을 기록했다. HOSI 전망치가 80선을 넘은 지역은 서울과 인천(82.7), 강원(84.6), 경북(83.3), 경남(83.3) 등 5개 지역으로 그 외 지역은 60~70선을 기록해 앞서 5개 지역보다는 전망이 밝지 않다. 특히 대구와 대전은 지역 내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의 입주 비중이 큰 만큼 입주 리스크 우려가 있다는 것이 주산연의 지적이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견업체들의 전망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업체의 HOSI 전망치는 88.0으로 대형업체(75.8)에 비해 높다.
한편 6·19대책을 낀 6월 전국 입주율은 76.4%인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율이란 조사 해당 달에 입주지정기간이 만료되는 분양 단지의 총 가구 수에서 입주· 잔금납부가 완료된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수도권(76.9%)과 지방(76.1%)은 입주율이 유사했지만 지방을 따로 놓고 보면 제주권과 강원권이 60%대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집들이가 미뤄지는 이유는 '잔금대출 미확보'가 26.6%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기존주택 처분 지연(23.4%), 세입자 미확보(21.9%), 분양권 전매 대상자 미확보(18.8%) 순으로 조사됐다. 김덕례 주산연 정책실장은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기조로 입주예정자들의 잔금대출 마련이 여의치 않게 되면 입주율이 더 떨어지고 이에 따라 분양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건설사가 늘어나 주택경기가 침체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전국에서는 전국 54개 단지 총 3만7536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수도권에서 1만7475가구, 지방에서 2만61가구가 입주예정이다. 분양 형태별로 보면 민간분양은 2만5084가구, 공공임대 9866가구 공공분양 2586가구 순이다. 김 실장은 "특히 민간 입주예정물량은 경기도와 경상도(60㎡이하 소형)에 각각 1000가구 이상, 경기·충남·경북지역(60~85㎡ 중형)에 3000가구 이상이 집중돼 있어 입주 물량 증가로 인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에도 충청·전라권과 제주권의 입주여건 개선을 위한 중견업체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적했다. 주산연은 올 하반기 동안 조사·공표를 진행하면서 지수 안정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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