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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의 이례적 `금융위 공개비판` 왜?
입력 2017-07-07 16:10 
"나쁜 짓은 금융위원회가 더 많이 했는데 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더 많이 먹는다고 생각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지난 6일 공정위 출입기자를 대상으로 내부 조직 혁신 방안을 설명하면서 갑자기 다른 경제부처인 금융위원회를 비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 서두에서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명된 상태에서 공개적으로 이런 말씀을 드려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 나쁜 짓은 금융위가 더 많이 하는데 욕은 공정위가 더 많이 먹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며 "공정거래위원장에 취임한 이후 이런 생각이 더 굳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일각에서는 평소 김 위원장이 갖고 있던 '모피아(재무부+마피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시민단체 활동을 하면서 "개개인을 놓고 보면 똑똑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때는 조직폭력배나 진배없어지는 것이 한국의 모피아"라고 비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계산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위 수장이 취임하기 전에 새 정부 경제팀의 핵심으로 금융위 전체에 경고메시지를 주려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말한 금융위의 '나쁜 짓'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킨 것을 지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 캠프에 합류하기 전 김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도입을 미루는 금융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캠프에 들어와서는 통합금융감독시스템 구축을 10대 공약에 넣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재벌개혁 방향을 발표할 때는 통합금융감독이 정착된 다음에나 중간금융지주사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개별 금융사가 아닌 그룹 전체 리스크를 감독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신한·KB 등 금융지주회사보다는 보험사 등 2금융권 계열사를 보유한 삼성·한화 등 재벌과 교보생명·미래에셋 같은 모자(母子) 회사형 금융전업그룹이 주 대상이다. 금융위는 2015년부터 금융그룹별 감독시스템 도입을 추진했지만 올 초 업무계획에서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관한 내용이 자취를 감췄다. 삼성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로비를 받은 결과라는 게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 주장이었다.
[석민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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