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변화 부문에서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으며 '세계의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의 기후변화협약 탈퇴로 이 이슈가 불거질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발표해 프랑스의 존재감을 높였다.
니콜라 윌로 프랑스 에너지환경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2040년까지 국내에서 모든 휘발유와 경유 차량의 판매를 중단하는 진정한 혁명적인 조치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즉 2040년부터는 프랑스 내에서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차량만 운영이 가능하다. 윌로 장관은 "푸조·시트로앵과 르노 등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이 이런 전환을 이룰 충분한 기술력과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현재 프랑스에서 운행되는 전체 차량 가운데 순수하게 전기만으로 운행되는 차량은 1.2%에 불과하며 전기와 휘발유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차량 비율도 3.5%에 그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고가의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구매가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프랑스가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윌로 장관은 "프랑스는 미국의 결정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이 0 수준인 '탄소중립국'이 되기로 결정했다"며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앞서 마크롱은 지난달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선언 직후 엘리제궁에서 프랑스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으로 영어 연설을 통해 "미국의 과학자, 공학자, 기업인, 시민들은 프랑스에서 우리와 함께 기후변화의 구체적인 해법 마련을 위해 함께 일해보자"고 제안한 바 있다.
윌로 장관의 발표가 나오자 푸조와 시트로앵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PSA 그룹은 정부의 구상이 2023년까지 전체 판매 차량의 80%를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로 채운다는 자사 구상과 들어맞는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석유를 연료로 하는 내연기관 구동 차량의 판매 중단 계획을 밝힌 나라가 프랑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일과 영국은 2030년과 2050년부터 친환경 차량만 운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이번 기후변화 대응 계획 발표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고 칭한 것이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생산의 5%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2022년까지 폐쇄할 방침이다. 원자력발전 비율도 현 75%에서 2025년까지 50% 수준으로 감축키로 했다. 아울러 청정에너지 기술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프랑스 영토 내에서 새로운 유전과 가스전 개발이 금지된다.
반면 이날 미국의 라이언 징크 내무부 장관이 자국 영토 내 원유와 가스전 개발 허가를 빨리 승인하는 명령서에 서명해 프랑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게다가 마크롱은 G20 정상회의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직후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발표하는 '극적인 연출'까지 했다. 독·중 양국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 자유무역주의와 기후변화협약이었기 때문이다.
만 39세 신예 정치인인 마크롱 대통령은 '늙은 프랑스'에서 '강한 프랑스'로 변모하려 여러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강한 유럽연합(EU)' 표방에 따른 영향력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마크롱은 유로존 공동채권(유로본드)을 발행해 공동 예산으로 운용하자는 입장이다. 또한 공동 국방체제를 구축하자는 구상도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방위비 분담금 준수(국내총생산(GDP)의 2%)를 압박하며 'NATO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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