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농심은 타들어 가는데…가뭄에 물 만난 낚시터
입력 2017-07-07 10:54  | 수정 2017-07-07 14:09
【 앵커멘트 】
장마가 시작되면서 어느 정도 해갈에 도움이 됐지만, 일부 지역에만 비가 집중되면서 여전히 많은 농가가 가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물이 가득한 저수지를 코앞에 두고도 사용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추성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경기도 안성의 한 저수지.

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졌습니다.

물이 말라 풀까지 자란 이곳의 저수율은 5%.

▶ 스탠딩 : 추성남 / 기자
- "제가 서 있는 곳은 저수지의 한가운데입니다. 장맛비는 내렸지만, 강우량이 21mm에 머물러 가뭄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수지 인근 논은 말라 비틀어졌고, 농민들은 망연자실에 빠졌습니다.


▶ 인터뷰 : 오세용 / 농민
- "(농사는) 끝난 거예요. 포기하는 거죠. 여기서 태어난 게 50년이 넘었었는데 처음 본 거죠. 이런 거는…."

그런데 이 마을에서 1.5km 정도 떨어진 또 다른 저수지는 물이 넘쳐 납니다.

수익의 10%를 안성시에 주는 조건으로 임대받아 운영하는 낚시터입니다.

농민들은 이 낚시터가 마을 개천에서 물을 끌어다 저수지를 채워놓고선 가뭄에도 물을 주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 인터뷰 : 이종경 / 인근 마을 이장
- "여기서 (물을) 퍼올려서 낚시터로 갔으니 논이 다 마르니깐 물을 좀 달라. 그런데 물을 안 주는 거야. 몇 번을 얘기했는데…."

농민들의 아우성에도 낚시터 측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 인터뷰 : 낚시터 관계자
- "논은 지금 다 타 죽는데."
-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안성시와 낚시터 운영자 간 임대 계약서에는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지키지 않는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안성시는 현장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 인터뷰(☎) : 안성시 관계자
-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고 중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네요."

「전국적으로 농업용수 확보에 안간힘을 쏟는 가운데, 자치단체의 안일한 행정이 농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습니다. 」

MBN뉴스 추성남입니다.[sporchu@hanmail.net]
영상취재·드론촬영 : 전범수 기자
영상편집 :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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