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6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첫 만남은 한반도 긴장관계가 최고조인 가운데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무력도발한 직후의 한중정상회담이기에 무게감이 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를린 한 호텔에서 열린 약 40분간 진행된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에 따른 국제사회 공조와 중국의 추가적인 역할 요구 △사드배치에 따른 경제적 보복조치 철회 △중국 일대일로 구상 실현 공감 △한중 수교 25주년과 실질적인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한국측에서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철 경제보좌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중국측에서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중산 상무부장, 왕후닝 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 중앙서기처 서기겸 중앙판공처 주임, 왕차오 외교부 부부장 등이 함께 했다.
◆ 文,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원칙 재확인
문재인 대통령은 7일~8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북한문제를 논의테이블에 올려 국제공조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또 이 문제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 안건에 올려 깊이있게 논의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북한 문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중국을 움직이겠다는 뜻이다.
북한 ICBM도발은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놨지만 중국에 대해 북한 제재에 동참하고 추가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게 만드는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 역시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 대응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최근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책임과 노력을 말했다"며"중국과 러시아가 이제 행동에 나설 것 같다고 하는 느낌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G20정상회의에서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등이 북한에 대해서 만큼은 한 목소리로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북한 도발이 높아진 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져야 하지만, 제재와 압박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평화 자체를 깨트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기조에 따라 문 대통령이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지난 한미정상회담에서 선언한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북한 정권 교체나 정권 붕괴를 원하지도 않고 △인위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가속화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네가지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 中 사드보복으로 80억달러 경제손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시진핑 주석과 전화통화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문 대통령 취임 축하 의미로 시진핑 주석이 먼저 전화를 걸었을 정도로 양 정상은 상당한 인간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 한반도 비핵화가 양국 공동의 목표라는 점에 합의를 했다. 또 사드 문제와 관련해"중국에 진출한 우리 국민들과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제약과 제재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이 없어야 사드 문제 해결이 더 용이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배치를 놓고 중국의 경제보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워싱턴DC에서는 "사드 배치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한국의 주권 사안"이라며 "한국의 주권적 결정에 대해 중국이 부당하게 간섭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정치, 군사적인 문제와 경제 문화적인 문제는 서로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인해 이미 80억 달러에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고 추산하면서 염려했다.
◆ 시진핑 ‘쌍궤병행, 쌍중단' 구상 고수
시진핑 주석은 이날 메르켈 총리와 먼저 만나 동북아시아 평화와 북핵문제 해법으로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하는'쌍궤병행(雙軌竝行)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쌍중단(雙中斷) 구상에 대한 독일의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이어 독일의 협조도 요청하면서 국제사회 공감대를 얻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아울러 시 주석은 문 대통령에게도 이같이 제안하면서 북핵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기존의 한미동맹을 감안할 때 이를 당장 받아들이기는 힘든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말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연설에서 "북한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법 위반이자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불법적인 것이고 한미 양국간의 군사훈련은 방어목적으로 합법적"이라며 "불법적인 일과 합법적인 일을 교환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베를린 = 강계만 기자 / 서울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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