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등 참석을 위해 독일에 찾아간 문재인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6.25전쟁 직후 황폐해진 한국에 파견되어 봉사했던 독일 의료지원단을 만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베를린의 한 호텔에서 독일 의료지원단원과 후손, 독일 적십자사 관계자들을 접견하고 이들의 숭고한 헌신과 인도적인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이 자리에는 독일 의료지원단 엔지니어로 활동해 현재까지 유일한 생존자로 확인된 칼 하우저씨 내외, 부부 의료지원단원의 아들 안드레아스 숍씨, 의료지원단원의 미망인 일제 파브 여사, 작년에 타개한 수간호사인 샤롯데 코흐 수녀를 돌봤던 헬가 슈마허 수녀원장 등이 참석했다. 또 독일 적십자사 폴크마 쉔 부총재가 동석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부산 독일 적십자병원에서의 의료지원단 활동사진을 둘러본 후 "독일 의료지원단 활동은 양국간 우호협력과 신뢰의 상징이자, 양국 역사의 일부"라면서 "한국 국민들은 그 분들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독일은 고 김대중 대통령이 독재정권시절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구명운동을 해줬고,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가장 먼저 알려줘서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독일은 한국처럼 전쟁의 고통도 겪고 분단의 경험도 함께 겪었다"며 "이제는 그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된 나라를 이뤘고, 그 힘으로 유럽통합을 이끄는 주역이 됐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독일로부터 아주 배울 점이 많다"고 손꼽았다.
특히 문 대통령은 독일 의료지원단의 생존자인 칼 하우저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한 뒤 의료지원단과 가족들에게 "한국에 방문해 달라"고 초청했다. 하우저씨는 60여년 전 부산에서 병원 전력공급 등 전기관리 엔지니어와 운전사로 일하면서 보낸 5년은 그 어느 때보다 뿌듯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헬가 슈마허 수녀원장으로부터 독일 의료지원단 수간호사였던 샤롯데 코흐 수녀의 지난해 별세 소식을 직접 듣고는 "제가 조금 더 일찍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요"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전달했다. 사전에 참석자와 그 가족 등으로부터 입수한 과거 의료지원단 활동사진 위에다가 독일어로 '당신의 도움을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고 밑에는 한글로 '문재인 김정숙'이라고 서명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1954년 5월~1959년 3월에 연인원 117명의 의료진을 한국에 파견해 의료활동을 펼쳤다. 독일 의료지원단은 당시 25만명의 한국민 치료와 6000여명 출산을 지원했다. 이들은 또 우리 의료진에게 교육을 해서 한국 의학 발전에도 기여했다.
[베를린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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