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크리스 크리스티 미국 뉴저지 주(州) 주지사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2일 오후 뉴저지 주에 있는 아일랜드 비치 주립공원을 찾아 해변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일광욕을 즐겼다. 마침 이 공원의 해변에는 주지사 공관도 있어 주지사 가족이 휴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문제는 이날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긴 사람들이 크리스티 주지사의 가족들 뿐이었다는 것. 공원은 '주정부 셧다운(잠정 폐쇄)'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태였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달 30일까지였던 주정부 예산안 처리 기한 동안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이달 1일 자정을 기해 '주정부 잠정폐쇄(셧다운)'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3만 여명의 주정부 공무원들이 무급휴가에 들어갔고, 각종 주정부 업무가 모두 일시 중단됐다. 해수욕장과 주립공원 등 주요 관광지도 모두 폐쇄됐다. 주정부 셧다운에 책임이 있는 주지사가, 셧다운으로 인해 텅 빈 해변을 독점한 셈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립기념일 연휴와 맞물려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에 주립공원이 폐쇄되면서 휴가 계획을 망친 주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크리스티 주지사가 일광욕을 즐기는 장면을 패러디한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는 등 비판도 폭주하고 있다. 당초 "일광욕을 즐긴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던 그는 뉴저지 지역 언론매체인 NJ닷컴이 일광욕 사진을 공개하자 "야구모자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햇볕을 쬔 것이 아니다"고 어설픈 변명을 내놔 비난 여론을 키우고 있다.
킴 과다노 뉴저지 주 부주지사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주지사라면 이런 상황에서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길 생각보다는 셧다운을 빨리 끝낼 생각을 하는 게 정상"이라며 크리스티 주지사를 비판했다. 현지 언론들은 "크리스티는 원래 이런 사람", "그 대통령에 그 측근" 등의 비아냥을 쏟아내고 있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에는 아들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주 예산으로 운영되는 헬기를 탄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 망신을 당했고, 2013년에는 정적인 민주당 소속 시장을 골탕먹이려고 뉴욕시와 뉴저지주 포트리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 다리의 일부 차선을 폐쇄해 일부러 교통체증을 유발한 '브리지 게이트'를 일으키기도 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 정권인수위원회 위원장을 지냈으며, 선거 직후 부위원장으로 강등됐으나 여전히 백악관을 출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