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한미 FTA 발언` 미국내 역풍 "현명하지 못했다"
입력 2017-07-03 16:4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쏟아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발언들이 미국내에서 '역풍'을 맞고 있다.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는 2일(현지시간) LA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혼자서 앞서간 듯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달 30일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 발언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워싱턴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합의된 것 이외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합의된 한·미 양국의 공동성명에는 'FTA 재협상'이라는 표현이 없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정책을 담당한 이반 메데이로스도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과 적국 모두에 대해 대화보다는 협박을 선택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 언론들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중국에게서 이미 사드 이슈로 무역 압박을 받고 있는 한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문제를 거세게 비판한 것은 예상 밖"이라고 전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이슈에서 거칠게 문제를 제기했다. 현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MSNBC '레이첼 매도 쇼'의 스티브 베넨 프로듀서는 MSNBC 공식 블로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부에서 한·미 FTA가 이뤄졌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면서 "한·미 FTA는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가 아니라, 2007년 조시 W.부시 행정부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실관계가 틀린 발언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냈다.
한·미 공동 언론발표 당시 "한미FTA가 체결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늘었다. 좋은 협정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양국 교역액은 FTA 이후 모두 늘어나 두 나라가 모두 혜택을 봤다는 것이 통설이다. 실제 워싱턴포스트(WP)는 "FTA 일정대로 한국의 관세 철폐가 더 확대되면 미국의 수출 기회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거론하며 20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경제전문 CNBC 방송은 "창피한 실수"라고 지적했고, 온라인매체 복스(VOX)는 "창의적인 설명"이라고 비꼬았다.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미FTA의 만기가 사실상 2주 전에 끝났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사실관계와 전혀 다른 '황당 주장'으로 꼽힌다. 한·미 FTA에는 만료 시한이 없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잇따라 통화를 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공조,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감대를 형성한 북한문제 해결 방안을 중·일 정상과 공유하고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추가 협의를 하자는 뜻을 전한 것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따른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반도 비핵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 주석에게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과 더욱 균형된 교역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는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에 대해 미·일 동맹이 긴밀히 공조해 대응한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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