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3일 오전 전당대회를 열고 홍준표 전 경남지사를 대표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최고위원에는 득표 순으로 이철우 의원(3선·경북 김천), 류여해 서울시당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김태흠 의원(재선·충남 보령서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등이 당선됐다.
별도 선출한 청년 최고위원에는 이재영 전 의원이 뽑혔다. 지난 1월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지 175일만에 정상적인 지도부 체제가 갖춰진 셈이다. 홍 신임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보수우파를 재건하는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자유한국당을 바로 세워 자유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로 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패배 두달 만에 당권 획득
홍 대표는 지난 5·9 대통령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24%를 득표하며 2위를 했다.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97년 대선 패배 후 8개월만에 당권을 쥔 전례가 있으나 홍 대표의 경우 불과 두 달만에 대표직에 올랐다. 이번 당권경쟁에서 원유철, 신상진 의원의 도전을 받았으나 시작부터 홍 대표 쪽으로 판세는 기울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 홍 대표는 대의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합해 유효투표의 66%를 얻어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경선 과정에서 TV토론을 거부하는 등 잡음도 많았으나 한국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대안 부재' 속에 당 재건의 적임자로 홍 대표를 선택한 셈이다.
홍 대표 앞에는 안팎으로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당내 주류인 친박(박근혜)계와의 관계 설정이 첫번째 과제다. 홍 대표가 '친박 청산'에 착수할 경우 친박 핵심들은 홍 대표 체제에 거세게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무너진 한국당을 재건해 지지율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5년 뒤 대선을 내다보는 홍 대표로서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중요한 시험대로 다가온다. 또 세간의 예상대로 문재인정부와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울 것인지, 바른정당 흡수합병에 조기 착수할지 등도 관심사다.
홍 대표는 이날 "지금 우리에겐 외부의 적과 싸울 최소한의 힘도 없다. 내부 총질은 안된다"며 "자부자강(自富自强)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단칼에 환부를 도려낼 수 있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며 "혁신에는 희생이 따른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로 혁신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이익만 쫓아 몰려다니는 권력 해바라기는 안된다"며 "보수우파 가치를 바로세우고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동지"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외부인사 중심으로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원외 3명, 친박 영향력 여전
이달 지도부로 선출된 6명 가운데 3명은 원외 인사로 지도부 라인업은 다소 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또 지도부에 '핵심 친박계'가 들어가지 않았으나 경선 결과 친박계 영향력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박맹우 의원을 누르고 최고위원이 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작년 총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에게 도전했다가 무공천 지역이 되면서 출마하지 못했던 전력이 있다. 한국당 내 '반(反) 유승민' 정서가 방증된 셈이다. 이철우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에서 사무총장을 맡아 홍 대표를 적극 지원했으나 친박계와도 가깝다. 김태흠 최고위원은 충청권 친박으로 분류되는 반면 류여해, 이재영 최고위원은 계파색이 옅은 편이다. 따라서 홍 대표가 예고한대로 '친박 청산'에 나설 경우 지도부가 한 방향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지 아직은 미지수라는 평가다.
[신헌철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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