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리딩은행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동시에 필리핀 시중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업계 1·2위인 두 은행의 해외 영토 확장 전략 일환이지만 경영권 행사가 어려운 소규모 지분 인수인데도 현지에서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인수가액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서로를 의식해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무리한 베팅을 일삼을 경우 '한국 금융회사는 봉'이란 인식을 심어줘 향후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사업 확대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2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필리핀 소재 이스트웨스트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지분 20% 매각 딜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필리핀 이스트웨스트은행 매각 주간사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예비입찰을 거쳐 신한·국민은행, 일본의 한 중소은행 등 3곳을 적격예비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고 8월께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 해외에서 같은 물건을 두고 인수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트웨스트은행은 필리핀 부동산 재벌인 고티아눈 가문이 만든 필인베스트그룹의 자회사로 자산 순위는 13위다. 현재 446개 영업점을 두고 예·적금, 대출, 카드 등 소매금융부터 기업금융까지 두루 취급하고 있다. 외국 은행의 현지 은행 소유 제한 규제가 2014년 풀린 뒤 외국계 은행 진출이 잇따르자 이에 대항하는 차원에서 전략적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소수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도 성장 잠재력이 큰 필리핀 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이스트베스트은행 지분 인수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이스트웨스트은행 주가가 폭등하며 매각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4월 필리핀 증시에서 한 주당 20페소 수준이었던 이스트베스트은행 주가는 지난주 말 현재 29페소로 폭등해 2개월 새 무려 50% 가까이 치솟았다. 2014년 5월 30페소를 기록한 이래 3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이스트베스트은행 시가총액은 438억페소(약 1조원)로 뛰었다. 매각 추진 지분 20%를 기준으로 보면 2000억원 수준인데 은행 측이 요구하는 프리미엄을 더하면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연일 상승하자 은행 측은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에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최종 입찰 일정을 8월로 연기해 최종 매각 가격이 4000억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금융권에서는 13위권 중형은행인 데다 경영권 행사도 할 수 없는 소수 지분 매입에 한국 '빅2' 은행이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괜히 현지 은행 몸값만 올려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두 은행은 "절대 신한(국민)은행에 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인수 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 국민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에도 밀리며 3위로 추락해 더 조급한 상황이다. 2015년 마닐라에 지점 1곳을 낸 후 현지 출점 자체가 전무했던 만큼 필리핀 시장에서 어떻게든 영향력을 넓히려다 보니 무리한 M&A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도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무리한 인수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스트웨스트은행은 현지 소매금융이 강한 은행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봤다"며 "신한과의 경쟁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태성 기자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각에서는 두 은행이 서로를 의식해 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무리한 베팅을 일삼을 경우 '한국 금융회사는 봉'이란 인식을 심어줘 향후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사업 확대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
그런데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공개되면서 이스트웨스트은행 주가가 폭등하며 매각 가격이 연일 상승하고 있다. 매각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4월 필리핀 증시에서 한 주당 20페소 수준이었던 이스트베스트은행 주가는 지난주 말 현재 29페소로 폭등해 2개월 새 무려 50% 가까이 치솟았다. 2014년 5월 30페소를 기록한 이래 3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 때문에 이스트베스트은행 시가총액은 438억페소(약 1조원)로 뛰었다. 매각 추진 지분 20%를 기준으로 보면 2000억원 수준인데 은행 측이 요구하는 프리미엄을 더하면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연일 상승하자 은행 측은 가격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에 당초 7월로 예정됐던 최종 입찰 일정을 8월로 연기해 최종 매각 가격이 4000억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금융권에서는 13위권 중형은행인 데다 경영권 행사도 할 수 없는 소수 지분 매입에 한국 '빅2' 은행이 과당경쟁을 벌이면서 괜히 현지 은행 몸값만 올려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두 은행은 "절대 신한(국민)은행에 지면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인수 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한은행은 올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 국민은행뿐 아니라 우리은행에도 밀리며 3위로 추락해 더 조급한 상황이다. 2015년 마닐라에 지점 1곳을 낸 후 현지 출점 자체가 전무했던 만큼 필리핀 시장에서 어떻게든 영향력을 넓히려다 보니 무리한 M&A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도 자존심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무리한 인수전을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에 다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스트웨스트은행은 현지 소매금융이 강한 은행으로 투자 가치가 있다고 봤다"며 "신한과의 경쟁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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