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25원 vs 1만원.'
노사가 최저임금 결정 법정기한인 지난달 29일에 이르러서야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양측의 '최초 제시안'을 제시했다. 사용자 측은 올해보다 2.4% 오른 시간당 6625원을 제시했다. 다만 PC방,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등 자영업 8대 업종은 절반인 1.2%(시간당 6547원)만 올리자는 단서를 달았다. 근로자 측은 3년 연속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했다. 이제 관건은 양측의 차이를 얼마나 좁히느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5일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어느 정도 수준 인상이 가장 바람직하며, 향후 어떻게 최저임금이 결정될까?
우선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의 의견을 들어보자.
사측은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임금 협상 테이블에서 '인상안'을 제시했다. 사측 대표인 한국경영자총협회은 제시안에 대해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측면에서 인상요인이 없지만 소득분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최근 3년 간 소득분배 개선분의 평균 값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위는 공익위원(정부 측) 9명, 사용자위원(경영계) 9명, 근로자위원(노동계)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돼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한다. 매번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은 '큰 온도차'를 보이고, 공익위원 안이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공익위원은 올해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7.3%로 올리면서 그 중 노동시장 내 격차해소분 명목으로 2.4%포인트를 제시했다. 올해 사측은 이를 준용해 격차해소를 위해 내년 최저임금을 2.4% 인상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근로자 측은 최저임금 1만원을 고수했다. 전년 대비 무려 54%에 달하는 인상률이다.
근로자 측은 노동자 중 절대다수에게 최저임금은 핵심소득원이며, 이들 가구의 평균 가구원 수(2~3명)를 고려한 가구 생계비가 평균 값 기준 월 251만~363만원에 달하기에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저임금 노동자 비율, 2인 이상 소득원이 있어도 해당 가구의 총 임금소득이 생계비 기준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같은 안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 주장 모두 헛점이 있다. 어느 정도 수준이 과연 적당한 것일까.
내년도 최저임금은 전년도 근로자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근로자 생계비는 미혼 단신 근로자가 기준이다. 통계청이 2인 가구 이상을 기준으로 공개하기 때문에 정확한 자료가 없지만 어림잡아 추산할 순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인 가구 이상 가구당 월 평균 소득은 439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0.6% 상승했다. 미혼 단신 근로자 역시 비슷한 상승률(0.6%)을 보인 것으로 추산된다.
유사근로자 임금은 정확한 산출 방식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임시·일용직의 월 평균 임금은 152만4000원이다. 현행 최저임금(월 135만원) 대비 12%가량 높은 수치다. 최저임금이 말그대로 근로자의 최저 생활보장을 위한 제도인 것을 감안하면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노동생상성이란 보통 부가가치 기준 노동생산성을 준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가가치기준 노동생산성은 105.3으로 전년 대비 1.6% 상승했다. 제조업 생산성은 2.1%, 서비스업 생산성은 0.8% 각각 상승했다. 생산성이 상승하면 그만큼 최저임금을 올릴 여력이 된다
마지막으로 소득분배율이다.
소득분배율은 다양한 지표를 통해 계산된다. 하위 10% 근로자 임금을 하위 50% 근로자로 나눈다거나 혹은 현행 최저임금 시급액을 하위 50% 근로자 임금과 나눠서 그 비율을 살펴보는 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의 소득집중도는 2005년 44.0%에서 2015년 48.5%로 높아졌다. 사측 역시 이같은 소득 격차를 인정하고 올해 2.4%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근로자 생계비(0.6%)와 노동생산성(1.6%) 그리고 소득분배율 개선치(2.4%)를 더해 약 4~5%의 상승률이 적정 수치로 분석된다. 양측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1.2%포인트의 '협상배려분'을 합의한 바가 있어 이를 더한 5~7%가 예년과 비슷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인상률이라 점쳐진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실제로 최근 매일경제신문이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 '알바몬'과 전국 아르바이트생 2393명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최저임금 이상을 받는 '시급 6470~9000원대' 근로자들은 평균 2000원 정도를 더 받아야 한다고 응답했다. 8000원대를 적정 수준으로 본 것인데, 앞으로 7%가량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2020년 8000원에 근접할 수 있다. 이필상 서울대 명예교수는 "현재 대다수 근로자가 중소기업 및 자영업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만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대규모 실업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영세 사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같은 적정수준을 넘어 10%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노사 양측 시각이 커서 결국 중재자인 공익위원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들이 정부로부터 임명된 사람들이라 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현재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올해 최소 10% 이상 최저임금을 올리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편 사측이 제안한 '업종별 차등적용'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사측은 소상공인 측 의견을 받아들여 편의점, PC방, 택시업, 경비업, 이·미용업, 일반음식점업, 슈퍼마켓, 주유소 등 8개 업종에 대해 절반의 인상률(1.2%)를 제시했다.
하지만 당장 노동계가 재계 요구안을 '꼼수'로 규정하며 절대 응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지난 1987년 최저임금이 도입된 당해년도에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구분해 최저임금을 설정하긴 했지만 비판이 거세 이후로는 업종과 관계 없이 '단일 적용'을 해왔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차등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이유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이르면 5일 8차 회의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여전히 커서 결론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작년에는 법정시한을 2주 이상 넘긴 7월 17일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나현준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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