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6%수익 ELS론 만족못해"…고위험 투자상품에 한달새 6조
입력 2017-06-29 17:28  | 수정 2017-06-29 20:45
◆ 코스피 2400시대 재테크 / 달라진 투자 지형도 ◆
연초부터 상승세를 거듭하던 코스피가 29일 장중 2400을 뚫고 거침없는 질주를 이어가면서 재테크 지형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중위험 상품을 버리고 고위험 상품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국민재테크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대표적 중위험·중수익 상품 주가연계증권(ELS)이 최근 주춤한 가운데 지수 상승 시 2배 이익을 볼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상품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IT·금융 대형주 중심의 상승 온기가 중소형주로 퍼질 조짐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배당주와 중소형 펀드에 대한 관심 역시 급증하는 분위기다.
주가지수나 개별 주식 가격에 연동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ELS는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움직이던 지난 6년간 큰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LS는 기초자산이 만기 3년 동안 가입시점에 비해 절반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5~6% 수익을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코스피가 올 들어 두 자릿수 상승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5% 수익률로는 만족시키기 어려워진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70조원대를 유지했던 ELS 발행잔액은 올 들어 매달 급감하면서 지난 28일 현재 65조50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6개월 새 잔액이 5조원가량 줄어든 것이다.
ELS 발행 규모 자체가 4월 이후 급감하고 있는 데다 주가 급등으로 조기상환이 늘어나면서 발행잔액은 더 줄었다. 통상 ELS 조기상환 기회는 4~6개월 내 발생하는데 최근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올 초 발행했던 ELS마저 6~8월에 조기상환이 급증하는 분위기다. 통상 ELS에서 상환된 자금은 다른 ELS에 재투자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투자자들이 ELS에서 번 돈을 빼내 다른 상품으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ELS시장에서 자금유출마저 일어나고 있다.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 3월에는 9조1062억원의 조기상환이 일어나 월말 ELS 발행잔액이 2조2488억원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올 들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은 매달 1조~2조원대 자금유출이 나타났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28일까지 발행 규모가 지난 3월 대비 반 토막으로 줄면서 4조4358억원이 발행됐으나 같은 기간 4조321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강세장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늘고 있다. 올 들어 상승장에서 재미를 못 봤던 개미들이 뒤늦게 장세를 따라잡기 위해 고위험을 택한 것이다.
지수 상승 시 2배 이익을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의 인기는 연일 상승세다. 데이터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8일 집계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거래된 ETF는 'KODEX 레버리지'로 1개월 거래량이 3억8788만6853주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당 ETF 거래대금은 6조1494억원 수준이었다. 특히 KODEX 레버리지의 경우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 3095만3915주가 거래되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거래량 상위 10개 ETF 가운데 4개가 레버리지 ETF일 정도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KODEX 레버리지의 경우 매일 적어도 1000만~2000만주가 거래되는 등 거래량이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전했다. 성과도 레버리지 ETF가 월등하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ETF 가운데 연초 이후 성과가 가장 좋은 10개 중 7개가 레버리지 ETF였다. 1위는 '미래에셋TIGER200IT'로 연초 이후 89.1%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당주나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스타일펀드에도 개인투자자들의 신규 자금이 집중되는 분위기다.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자금을 빼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국내에 설정된 대형주펀드에서는 최근 한 달간 3844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중소형주펀드와 배당주펀드에는 같은 기간 각각 843억원, 687억원이 순유입됐다. 양호한 성과도 한몫했다. 국내 중소형주펀드와 배당주펀드들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평균 1.2%와 2.3%로 대형주펀드(0.7%)보다도 높다. 지난 3개월 성과에서도 중소형주펀드(10.1%)와 배당주펀드(11.3%)가 대형주펀드(9.9%)를 앞질렀다.
[한예경 기자 /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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