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출산 절벽` 어쩌나…4월 기준 출생아 역대 최소
입력 2017-06-28 16:34 

올해로 결혼 4년차인 진 모씨(32)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다. 맞벌이 부부로 둘 다 안정적 소득을 보장해 주는 번듯한 직장에 다니지만 자녀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어렴풋하게나마 '내년에는 낳아볼까' 생각 중이다. 진씨 부부가 선뜻 출산을 결심하지 못한 건 경제적 이유가 크다. 서울 금호동에 전셋집을 얻어 신접살림을 차렸지만 이내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바람에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진씨는 빚을 내 왕십리에 아파트 한 채를 사서 이사를 갔다. 신혼 초기 부부생활의 초점이 아이보다는 부부에 맞춰져 있었던 점도 출산이 우선 순위에서 밀린 이유였다. 진씨는 "아이를 낳으면 아무래도 아이에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게 돼 부부만 오붓하게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았다"며 "부부가 함께 즐기는 시간을 갖자고 합의한 데다 경제적 문제까지 더해져 출산을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출산 절벽'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4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4월 출생아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6%(4800명) 감소한 3만400명이었다. 이는 2000년 월간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으로 최저치다.
올해 1~4월 누적 출생아 수도 역대 가장 적다. 지난 4개월 간 누적 출생아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만8600명이나 줄어든 12만9200명을 기록했다. 올 들어 전년 대비 출생아 수 감소율은 월평균 12.6%다. 두 자리 수 감소율 역시 전에 없던 흐름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명대로 주저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역대 연간 최저 통계는 작년에 세운 40만6300명이다.
아이를 가장 많이 낳는 여자 연령대는 25~34세다. 20대 후반 인구는 작년보다 2%가량 늘어 150만명대지만 사회 진출 준비로 출산은 커녕 결혼도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많다. 30대 초반은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을 때지만 인구 자체가 작년보다 11만명 정도 축소된 166만명 선이다. 아이를 낳을 여건이 되는 절대 인구가 줄었다는 뜻이다.

인구 외적으로는 혼인이 출생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혼외자나 미혼모에는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에 일단 결혼을 해야 출산을 마음먹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4월에는 결혼도 전년 동월 대비 11.8%(2700건) 감소한 2만100건에 그쳤다. 4월 한 달 기준은 물론 1~4월 누적으로도 역대 최저치다. 통상 2~3년 전 결혼 건수가 당해 출생아 수 증감으로 이어지는데, 2013년까지는 32만쌍 수준은 유지해왔다. 하지만 2014~2015년 이 건수가 30만쌍대로 내려앉았고, 작년에는 이마저 무너져 28만1000건에 머물렀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경기 상황이나 청년층 취업 여건이 나아져야만 결혼을 생각하고 그런 다음에야 첫 애, 둘째 아이 출생이 늘지 않을까 싶다"며 "고정적 수입이 없이는 출산율을 올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혼도 4월에는 7900건으로 작년보다 4.8% 감소했다.
올 4월 사망자 수는 2만3100명으로 1년 전보다 1.3% 증가했다. 고령화 여파로 전체 사망자의 27% 가까이가 85세 이상 초고령층이었다. 지난 4월 한 때 30℃를 넘기는 등 급격한 기온 변화가 초고령층 사망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달 국내인구이동자는 57만8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줄었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도 1.13%로 0.03%포인트 떨어졌다. 통계청은 "5월 중 주택 매매가 4.7% 감소하는 등의 이유로 인구 이동이 줄었고, 첫 직장을 잡으면 인구 이동이 늘지만 청년층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인구이동률도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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