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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혈투’ 엘롯라시코, 결말은 롯데 12회말 ‘끝내기 실책’승
입력 2017-06-28 00:17  | 수정 2017-06-28 00:26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7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가 열렸다. 연장 12회초가 진행되는 가운데 자정이 넘어가고 있다. 사진(부산)=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7년 만의 1박2일 경기, ‘엘롯라시코 레전드 매치가 나왔다.
‘엘롯라시코는 프로야구 LG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대결의 별칭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엘클라시코에 빗댔다. 물론 의미는 정반대다. 프로야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혼전이었다.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두 팀의 시즌 팀 간 7차전도 역시 LG와 롯데의 ‘엘롯라시코다웠다. 한 달 이상 만나지 못했던 두 팀의 대결은 역시 피가 튀었다. 경기 시간도 5시간을 훌쩍 넘어 5시간 38분. 7년 만에 1박2일 경기였다. 가장 최근은 2010년 4월 9일 10일 0시까지 열렸던 사직 한화-롯데(12회)전이다. 승자는 롯데 12회말 전준우의 안타에 이은 LG중견수 안익훈의 끝내기 실책으로 11-10으로 결말이 났다.
쫓고 쫓기는 싸움, 결정적인 찬스에서 침묵. 종국에는 ‘누가 못하나 대결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과연 이런 경기에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데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 만했다. 한 마디로 승자와 패자 모두 상처만 남긴 승부였다. 양 팀 합쳐 장단 34개의 안타가 나왔다. 롯데가 10명, LG가 6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사실 8회초까지는 LG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됐다. LG선발 차우찬은 7회 2사까지 3실점(1자책점)으로 꽁꽁 묶었다. 8회초에는 교체로 들어간 유강남의 적시타로 5-3으로 달아났다. 여기까지는 LG의 쐐기점 양상이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8회말부터 시작이었다. 7회 2사 3루에서 차우찬으로부터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지용은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 이대호에 2루타를 맞았고, 이어 강민호에 2구째 142km 속구를 던졌다가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승부를 5-5 동점으로 만드는 시원한 아치였다. 롯데는 후속 김상호까지 안타로 출루했다. 그러자 LG는 김지용을 정찬헌으로 바꿨다. 정찬헌은 볼넷 1개를 내주긴 했지만, 삼진 2개와 1루 땅볼로 추가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다시 LG차례였다. 롯데는 9회초 장시환이 마운드에 올라갔지만, 선두 안익훈에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마무리 손승락으로 바꿨다. 손승락은 이천웅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았지만, 박용택에 볼넷, 양석환에 좌전안타를 맞고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LG는 1사 만루 찬스를 무득점으로 날렸다. 정성훈이 삼진, 채은성이 3루수 앞 느린 타구를 날렸지만, 롯데 3루수 황진수의 호수비로 이닝이 마무리됐다. 롯데도 9회말 찬스를 무산시켰다. 김문호의 내야안타, 전준우의 좌전안타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이대호의 병살타와 강민호 대신 교체로 들어간 포수 김사훈의 삼진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 LG는 위기 상황에서 바뀐 투수 신정락의 호투가 주효했다.
다시 LG의 차례, LG는 10회초 롯데의 바뀐 투수 배장호를 상대로 오지환의 안타, 유강남의 사구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손주인의 번트에 오지환이 3루에서 아웃됐다. 경기 흐름이 묘하게 흘러가려는 찰나, 안익훈이 다시 사구로 1사 만루가 됐다. 롯데는 여기서 다시 투수를 노경은으로 바꿨다. 노경은으로는 버거웠다. 타석에 들어선 이천웅이 노경은의 초구 131km 포크볼을 잡아당겨 우측담장으로 넘겼다. 이어 박용택의 볼넷, 양석환의 안타와 폭투로 만든 찬스에서 정성훈의 희생플라이로 1점 더 보탰다. 10-5, 사실상 길고 긴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결말은 엘롯라시코다웠다. 10회말 선두 나경민의 2루타와 황진수의 적시타로 1점 따라 붙었다. 이어 신본기가 사구로 출루했다. LG는 투수를 신정락에서 진해수로 교체했다. 롯데는 이우민의 내야안타로 만루를 만든 뒤, 손아섭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7-10으로 따라붙었다. 이어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김문호가 중견수 키를 넘기는 싹쓸이 2루타를 터트리며 10-10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11회초 LG는 2사 1,2루 찬스를 잡았지만, 황목치승의 포수 파울플라이로 공격을 끝냈다. 11회말 롯데 공격은 삼자범퇴였다. 12회초 LG는 투수 이동현이 타석에 들어서기까지했다.
결국 지루한 승부는 허망했다. 12회말 롯데는 선두 이우민의 사구에 손아섭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었다. 이동현은 김문호에 고의볼넷으로 1루를 채웠다. 이어 후속 전준우의 중전안타를 LG중견수 안익훈이 뒤로 빠뜨리며 이우민이 홈을 밟아 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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