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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네이버와 협업은 제2 창업…해외서 4차산업혁명 주도"
입력 2017-06-27 18:07  | 수정 2017-06-28 06:26
또 한번 해외에서 도전장을 내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미래에셋대우는 연내 아일랜드 더블린에 글로벌 트레이딩 센터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 창립 20년 맞은 미래에셋 ② / 제2 창업나선 박현주회장 ◆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아일랜드 더블린에 글로벌트레이딩센터를 세우고 유럽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인수에 나선 것은 유럽 시장을 지렛대 삼아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터를 잡고 있는 본토 금융시장에서 미래에셋이 진검승부에 나선 모양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은 27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아일랜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더블린 글로벌트레이딩센터 설립 작업을 순탄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조만간 성과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이 12.5%로 유럽에서 가장 낮아 수도인 더블린은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금융사들로부터 새로운 금융 허브로 각광받고 있다. JP모건을 비롯한 글로벌 IB들이 브렉시트 이후 아일랜드를 유럽 거점으로 삼고 대체투자(AI) 등의 업무를 확대하는 추세다.
오는 12월 자본금 5억달러 규모로 설립이 마무리될 더블린 글로벌트레이딩센터는 초기 20여 명의 트레이더가 상주할 전망이다. 이들은 채권 외환 주식 전 부문의 거래에 나설 계획이다. 미래에셋은 이곳을 거점으로 전 세계 금융자산 거래를 현지화하는 한편 유럽 현지 시장도 개척할 방침이다. 유럽 내 ETF 전문 운용사 인수도 이 일환이다.

전 세계 ETF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지난 3월 글로벌 ETF홀딩스를 설립한 미래에셋은 미국과 더불어 선진 금융시장의 큰 축인 유럽 시장 진출을 꾸준히 노려왔다. 현지법인 설립과 인수·합병(M&A) 두 가지 방안을 저울질해온 미래에셋은 최근 유럽 시장 공략에는 M&A가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이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회장은 "M&A를 추진하고 있고, 유럽 내 자체 강점을 지닌 몇 개 회사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앞서 미래에셋은 2011년 캐나다 1위 ETF 운용사 '호라이즌 ETFs'를 인수해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에서도 전문 ETF 운용사를 인수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6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와 손잡은 것도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해외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박현주 회장은 '한국판 손정의·마윈의 협업'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해진 창업자의 비전을 보고 투자한 건 맞는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현금을 투자한 게 아니라 양사가 주식을 교환한 것은 그만큼 믿음과 신뢰가 있었다는 것 아니겠냐"며 "이 창업자를 만나보고 사심 없이 회사를 잘 키우려고 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고 소회했다.
박 회장은 "우리 같은 창업 세대들은 많이 안 만나도 서로에 대해 통하는 게 있게 마련"이라며 "비즈니스를 보는 가치관이 서로 비슷하니 이런 협업도 가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IT를 합쳐서 새로운 사업 분야를 만들어보자는 데 서로 의견이 일치했다는 얘기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알리페이를 통해 소비자금융·웰스매니지먼트에 이어 기업금융까지 금융생태계를 구축한 만큼 미래에셋·네이버도 이런 큰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미래에셋은 지난해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이 도쿄·뉴욕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할 때부터 유심히 지켜봤다. 한국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IPO 전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이 일본 도카이도쿄증권사를 자문해 라인 도쿄 IPO 인수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상장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던 터다.
박 회장은 "네이버를 지켜보면서 경영전략 자체가 우수하고, 장기적인 안목이 있는 데다 직원들도 훌륭하고 협업 파트너로서 부족한 게 없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한국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모습이 미래에셋과 DNA가 맞는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내 창업 1세대 벤처기업인 중에 비슷한 DNA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창업가들이 춤추는 사회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창업자 투자클럽(파운더스 펀드)을 구상했던 그는 바이오 벤처 1세대 서정진 회장과 협업해 제2, 제3의 셀트리온 창업자들에게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페이팔 창업주로 성공을 거둔 피터 틸 등이 '파운더스 펀드'를 만들어 벤처 창업자들에게 종잣돈을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네이버·미래에셋 협업도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줬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도전한다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가치를 뿌려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미래에셋그룹을 창업한 지 20년 만에 스스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서면서 후배 창업자들에게도 꿈을 심어준 셈이다.
[한예경 기자 / 강두순 기자 /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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