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체육 교사가 학생들 수십명을 성추행한 의혹과 관련, 경찰이 피해 학생 명단을 학교 측에 넘겨 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26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학생들은 지난 2일 체육 교사 A(51)씨의 성추행 사실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에 응했습니다.
설문조사에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을 적은 학생은 모두 25명이었습니다.
경찰은 해당 내용을 적은 학생 명단을 지난 15일 학교장에게 통보했습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른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교사들에게 불이익을 당할까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수행 평가 점수와 학생생활기록부 등을 볼모로 교사가 학생을 협박했다는 학생 진술이 나올 정도로 학교가 부패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한 학생은 "용기를 내 피해 상황을 진술한 학생들의 명단이 경찰에서 학교로 넘어왔다고 한다"며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해당 학생들을 따로 불러냈다는 소문도 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어 다른 학생은 "교장, 교감 선생님은 '성추행 진술 학생의 명단을 갖고 있느냐'는 학생들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이내 '두 사람만 알고 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수시로 거짓말을 하는 교사들 손에 넘어간 명단이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불안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의 조치가 성폭력 범죄 발생 시 피해자가 받게 될 '2차 피해' 방지와 동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찰이 법률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보여 법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도 "학생에게 돌아갈 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학교의 손에 명단을 넘겨준 도덕적 책임까지 피해갈 수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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