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롯데백화점 강남점 1층 행사장에 수많은 고객들이 몰려들었다. 평소 매장에서 비싼 가격에 팔던 명품이나 의류를 할인해서 파는 행사는 아니었다. 이번 행사에 초대된 곳은 SNS 등에서 위세를 떨치는 개인 판매자의 모임인 '셀럽21 SNS마켓'. 낫팅리튼, 무드클로젯, 비클래식, 듀베베등 15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이에 앞서 지난 5월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이처럼 유명 온라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열었다.
콧대 높은 백화점들이 이처럼 온라인 브랜드들을 위해 행사까지 마련한 것은 온라인 브랜드들이 젊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SNS상에서 수만명에서 수십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판매자들의 옷와 의류들을 고객들이 공동구매하는 것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백화점 업계는 20~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온라인 브랜드들의 영향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백화점들이 자존심을 낮추고 온라인 브랜드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고와 백화점에서 이탈하고 있는 젊은 고객들을 매장으로 끌고 오겠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의 경우 20~30대 고객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12년 26.5%였던 20~30대 고객 구성비는 2016년 23%까지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고객들이 계속 백화점에서 이탈하자 이들을 잡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젊은 고객들에게 인기있는 온라인 콘텐츠들을 매장으로 직접 가져오는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30은 백화점 입장에서는 미래의 VIP 고객이기도 하다. 백화점 입장에선 향후 젊은 고객들을 미리 포섭해야 미래의 우수고객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저하게되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롯데백화점은 수년전부터 영플라자에 젊은 고객층에 초점을 맞춰 온라인 의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켰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스타일난다', '난닝구' 등의 매장을 마련한 것이다. 당시 신뢰도가 부족한 품질, 애프터서비스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지만 입점 후 월평균 2억~3억원 대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며 온라인 브랜드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들의 백화점 진출이 확대됐다. 2012년 9월 영플라자에 최초 매장을 오픈한 온라인 여성의류 브랜드 '스타일난다' 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롯데백화점 점포에는 20여 개의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들이 1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의 매장 매출은 2015년 36%, 2016년 21%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도 20%에 육박하는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도 백화점 매장에 입점해 사세를 키우는 등 윈윈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품질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브랜드로 '스타일난다', '난닝구', 나인' 등이 꼽힌다. 특히 '스타일난다'의 경우 12개 롯데백화점 점포 매출을 발판삼아 홍콩, 싱가폴, 중국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MD개발을 담당하는 배우진 상무는 "이탈하는 20~30대 고객을 잡기 위해 가성비와 재미가 강조된 온라인의 다양한 인기 컨텐츠를 백화점으로 끌고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젊은 고객층에게 보다 재미있고 새로운 백화점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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