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첫 여성 국토부 장관 `취임식부터 투기와의 전쟁` 선포
입력 2017-06-23 15:21 

문재인정부 첫 국토교통 정책 수장인 김현미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새정부 출범 초기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을 다주택자들의 투기성 거래 때문으로 규정하고, 왜곡된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자료를 꺼내들고 최근 주택시장 과열을 주도한 게 공급 부족에 따른 실수요가 아닌 투기적 심리가 가세된 가수요라는 논리를 폈다. 김 장관이 인용한 국토교통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주택 매매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02%, 1.71% 줄어든 반면 3주택 이상 보유자의 거래량은 일제히 늘었다. 3주택자는 6.19%, 4주택자는 4.4% 늘었고 5주택 이상 보유자는 7.47%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 같은 추세는 부동산 과열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강남4구로 좁혀보면 더욱 극명하다. 강남구는 무주택자 주택 거래가 3% 줄어든 반면 5주택 이상 소유자의 거래는 58%나 늘었다. 송파구는 무주택자가 2% 늘었지만 5주택 이상 소유자는 89%나 급증했다. 용산, 은평, 마포 등 개발호재가 많은 강북지역도 다주택자의 거래량이 무주택자를 압도했다.
김 장관은 과열지역에서 주택매매에 나선 사람들의 연령대별 분포자료도 논거로 공개했다. 지난달 강남4구에서 주택을 매매한 사람 중 29세 이하의 거래 증가율(전년 대비)은 54%로 30대(5.6%), 40대(14.4%) 및 50대(13.8%)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김 장관은 "편법거래를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라고 적시해 20대 이하 연령대 사람들의 부동산 거래 상당수가 부모에 의한 편법 증여나 차명 투기거래로 의심된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증가율이 아닌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면 29세 이하으 매매는는 134건으로 전체 3997건의 3.3%에 불과했다.

김 장관이 통계자료까지 준비해 강경발언을 쏟아낸 것은 6·19 대책의 강도가 예상보다 약해 정책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주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책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 투기세력이 활동할 여지를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 19일 발표된 새 정부 첫 부동산 대책은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에 집중됐는데 아직도 과열의 원인을 공급부족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며 "공급부족이 문제라면 실수요자들의 거래량이 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부동산 대책은 주택시장을 어지럽히는 분들에게 보내는 1차 메시지"라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 말해 추가 규제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이때문에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빚어졌던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시장에 생겨나고 있다.
김 장관은 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거 사다리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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