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TV토론 개최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있다. 당 대표 경선에 나선 홍준표 후보가 TV토론 없이 조용하게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주장했지만 또 다른 당권 후보인 원유철, 신상진 후보가 강력히 반발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원 후보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 후보의 반대로 20일 계획된 광주방송 TV 토론회가 무산됐다. 홍 후보측은 향후 모든 TV토론회를 전면 거부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러한 당원의 알권리 거부는 부정(不正)선거로, 후보가 토론회에 참여하지 못하면 후보직도 내려놔야 한다"고 성토했다.
원 후보는 "치열한 토론과 경쟁으로 전당대회를 승화시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 지지를 회복하는 축제로 삼아야 한다"며 "홍 후보는 전당대회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는 장난대회로 만들지 말라"고 비판했다. 홍 후보의 이러한 행태를 '당 대표 무임승차' 전략이라고 지적한 원 의원은 "만약 홍 후보의 입장변화가 없다면 홍 후보가 사퇴하던지 내가 사퇴하는 사생결단을 내리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신 후보 역시 원 후보와 마찬가지로 티비 토론을 개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 후보측은 "대선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만큼 당 자체적으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전당대회 행사 자체를 조용히 치르기로 한 당 취지에도 부합하기 위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홍 후보 역시 이날 TV토론회를 안하려는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뚜렷한 대답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현재 당대표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홍 후보 입장에서 TV 토론회를 통해 부정적 이슈 발생을 원천봉쇄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격하는 입장인 원 후보와 신 후보의 경우 TV 토론회를 통해 홍 후보 견제와 여론전을 펼쳐야 하는만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어느때보다 당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인만큼 경선 일정을 놓고 예민한 상황"이라며 "기존에 합의했던 TV토론회를 갑자기 취소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앙일보·JTBC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이날 홍 후보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홍 후보는 지난 18일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신문,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켜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라며 홍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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