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궁지에 몰렸다. 국정자문기획위원회가 선택약정할인제도의 요금할인율은 현행 20%에서 25%로 올리기로 했다. 기본료 폐지는 잠정 보류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의 통신시장 전반 조사가 끝나면 자료를 받아 재논의키로 했다.
국정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브리핑실에서 통신비 절감대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기본료 폐지에 대해서는 5G 투자 여력 감소를 이유로 업계가 반발하자 한발 물러섰지만 요금할인율 인상에 대한 여력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2분과 위원장은 "(요금할인율의) 5% 상향 조정은 이통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이는 5세대 투자 여력까지 함께 충분히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요금할인율에 대한 근거로는 미래부 고시를 제시했다. 고시 개정만으로 시행할 수 있기에 중장기 대책이 아닌 단기 대책으로 분류됐다. 국정자문위는 요금할인율을 재산정한 결과 5% 포인트 인상 유인이 있어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고시 내용은 '(미래부 장관이 요금할인율을) 추가적으로 100분의 5범위 내에서 가감해 산정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100분의 5 범위'를 최종 요금할인율에 5% 포인트가 아닌 5%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조정 가능 범위가 15~25%가 아닌 19~21%라는 주장이다.
국정자문위는 요금할인 25% 시행을 위해 약 2개월이 소요된다고 예상했다. 통신비 절감 규모는 1900만명을 대상으로 약 1조원이다. 요금할인 가입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이통사의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요금할인율 25% 기준 선택약정 가입자 비중이 총 가입자의 30%라고 가정하면 통신사 연간 매출이 5000억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요금할인율은 제도 도입 초기 12%에서 이미 20%로 한 차례 인상된 전례가 있다. 고시를 근거로 이번까지 두 차례 인상을 한 셈이다. 통신업계는 고시를 근거로 향후에도 정부가 시장 가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목소리를 낸다. 이통 3사 관계자들이 전날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받은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 단말값 관련된 지원금과 상호 보완 관계에 있는 선택약정할인제도의 요금할인율을 통신 서비스 비용 인하를 위해 내린다는 게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애초부터 단말기 유통과 관련해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으로 원래 입법목적인 건전한 유통 질서가 오히려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기본료 폐지 우려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국정자문위는 기본료 폐지 방안을 폐기한 게 아니라 잠정 보류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동통신시장 전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이통사의 기본료 폐지 여력이 있는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2G·3G뿐만 아니라 LTE(4G)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다뤄질 전망이기에 이통사는 리스크를 떠안게 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부가 요금할인 25% 인상 시행을 위한 공문을 통보한 이후 가처분 소송 등 이통사별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2개월이라는 시행 준비 기간에 이통사와 미래부가 이것과 관련해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정부가 통신비 인하에 대한 부담을 민간기업인 이통사에게만 부담을 전가했기에 협의 과정에서 채찍이 아닌 '당근'을 꺼내 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도 '주파수 경매 때 통신비 인하 성과를 반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통사는 이번 통신비 절감대책을 마련하는데 직접 참여하지 못해 미래부와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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