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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기대한’ 러프, 리그도 주목할 이상적 외인타자
입력 2017-06-22 05:53 
삼성 라이온즈 외인타자 다린 러프(가운데)가 최근 빼어난 활약으로 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73일 만에 탈꼴찌에 성공한 삼성 라이온즈. 모든 선수들에 노력이 한데 뭉쳐져 얻어낸 결과지만 그 중 외인타자 다린 러프(31)의 지분이 적지 않다. 삼성이 당초 바라고 기다리던 외인타자의 모습이다. 나아가 KBO리그가 그리는 이상적인 외인타자 모습과도 닮았다.
러프의 22일 오전 현재 성적은 타율 0.293 12홈런 50타점 37득점이다. 득점권타율은 0.349에 달하고 장타율도 0.521에 이른다. 무엇보다 굳건히 삼성의 4번 타자 역할을 도맡아주고 있다. 체구에서 풍겨오는 압박감, 찬스 때 더 강해지는 매서움, 열정적 베이스러닝까지. 러프를 수식하는 말들은 이렇듯 다양하다.
5월2일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실로 믿기 힘든 상황이다. 러프는 개막 후 극심한 부진에 빠졌고 삼성과 함께 가라앉았다. 4월 한 달 타율은 0.143. 홈런은 한 개(3월 포함 2개)에 불과했다. 타점은 고작 4타점을 따내는데 그쳤다. 주루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선구안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거포의 몸이었지만 거포 같지 않게 위압감이 없었다. 그렇게 삼성의 외인타자 농사는 아롬 발디리스(2016시즌)에 이어 연속 실패로 끝나는 듯 보였다.
열흘간의 2군 외출을 끝낸 러프는 5월2일부터 다른 선수가 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5월 타율 0.330 6월 타율 0.337. 홈런과 타점이 늘어났고 장타력도 상승했다. 결정적으로 득점권 같은 찬스 상황 때 강한 모습을 자랑했다. 삼성의 극적인 승리마다 러프가 중심에 있었는데 전날 73일 만의 탈꼴찌를 성공하는 순간에도 러프의 결정적 한 방이 있었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러프 없는 삼성에게서 5월말부터 시작된 대반격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 쉽게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정도로 러프의 활약은 빼어났다. 기세와 존재감만 본다면 리그 두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활약.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승리를 했다는 것이다. 한 단계 올라간 만큼 앞으로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가고 싶다”는 러프의 전날 소감이 말해주듯 그의 팀을 향한 열정과 애정이 삼성의 상승세를 이끈 측면이 분명했다.
러프는 실력 이외에 인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외인타자의 모습이 어떤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러프의 장점은 실력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하지만 거만함은 없다. 사람의 인성을 한 두 단면으로 평가할 수 없다지만 러프는 부진했을 때부터 인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선한 인상이 성품으로 이어진 것인데 전날 경기 도중 일어난 일화는 러프의 인성을 감히 평가해볼 만한 좋은 사례였다.
자신이 때린 파울 타구로 인해 즐겁게 마시던 맥주를 쏟은 관중에게 러프가 맥주 값을 직접 자비로 변상한 것. 통역을 통해 단순 변상비용 뿐 아니라 사인볼까지 제공해 자칫 유쾌하지 못한 상태로 돌아갈 뻔했던 야구팬에게 오히려 추억을 선사했다. 빼어난 눈썰미와 센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일들이다.
러프가 보여주는 실력과 인성은 바람직한 외인선수의 교과서와도 같다. 물론 러프 이외에도 더스틴 니퍼트(두산), 브렛 필(전 KIA)처럼 실력과 인성 모든 면에서 사랑 받은 외인선수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러프의 올 시즌이 유난히도 극적인 반전으로 가득했고 이 모든 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보니 구단과 팬들은 그에게서 강하고 깊은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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