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K케미칼 지주회사로 전환한다…홀딩스·사업회사로 분할
입력 2017-06-21 17:55  | 수정 2017-06-21 21:15
최창원 부회장
SK케미칼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나섰다. SK케미칼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SK케미칼 홀딩스(가칭)와 SK케미칼 사업회사(가칭)로 조직을 분할하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고 이날 밝혔다. SK케미칼은 "1969년 회사 설립 후 48년 만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SK케미칼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최대주주(지분율 17% 보유)다. 사실상 지분관계로는 SK그룹과 연결고리가 끊어진 지 오래지만 그룹 이름 등은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증권가와 관련 업계에서는 그룹 분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나리오가 끊이지 않았다.
SK케미칼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사업 전문성 제고와 경영 효율성 극대화 차원에서의 결정"이라며 "그룹 계열 분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그룹 분할 등의 일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태원 회장도 평소 "지분관계가 없더라도 경영 이념이 맞는다면 SK 이름을 공유할 수 있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6년 12월 SK케미칼 대표를 맡은 뒤부터 10년 넘게 SK케미칼을 독립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SK주식회사는 SK케미칼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최태원 회장은 개인적으로 SK케미칼의 보통주(0.05%)와 우선주(3.11%)를 보유하고 있으나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 최창원 부회장은 SK그룹 창업주인 고(故)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친형인 최신원 회장은 현재 SK그룹의 SK네트웍스 회장을 맡고 있다.
SK케미칼→SK가스→SK디앤디의 지배구조 형태로 독자적인 사업을 펼쳐왔다. 최근엔 기존 화학 및 가스 사업 외에 건설 분야를 강화했다. 이 과정에서 SK그룹과 사업 교통정리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SK네트웍스가 LPG 사업과 LPG 충전소를 SK가스 등에 약 3100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지주사 전환 등을 통해서 향후 그룹 분할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는 평이 나왔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최태원 회장 계열의 SK와 최창원 부회장 계열 SK케미칼이 나뉘는 수순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 기준인 보유자산 중 투자주식 비중 50%에 근접한 것도 회사 분할에 나선 이유로 평가된다.
현 SK케미칼은 지주사인 SK케미칼홀딩스(존속법인)와 신설 법인인 SK케미칼 사업회사로 나뉘게 된다. 홀딩스는 자회사 관리와 사업포트폴리오 고도화에 집중한다. 또 SK케미칼 사업회사는 기존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사업회사의 경우 향후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의 분할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분할 비율은 48대52다. 주총은 10월 27일로 예정돼 있으며 분할기일은 12월 1일이다. 지주사가 되는 홀딩스가 SK가스, SK신텍, SK플라즈마, SK건설을 지배하게 된다. 사업회사 아래엔 이니츠와 SK유화 등이 들어가게 된다.
SK건설의 경우 최대 주주는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은 SK케미칼에서 진행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을 위한 첫 조치로 자사주 13.5% 전량을 소각 또는 매각하기로 했다. 이 중 8%는 소각하고 나머지 5.3%는 매각한다. 5.3%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라 관련 법령상 임의로 소각이 제한돼 있다. 자사주 마법을 활용한 지주사 전환 등에 대한 비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의 지주회사 전환으로 얻게 될 효과는 무엇보다 최창원 부회장의 지분율 증가다. 현재 최 부회장의 SK케미칼 지분율은 17% 수준으로 적진 않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는 아니지만 향후 경영권 승계를 감안하면 지분율을 더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로 전환한 이후 최 부회장이 보유하게 될 SK케미칼 사업회사 지분을 활용해 지주회사 지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준섭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규제가 생기기 전에 먼저 움직이자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욱 기자 /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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