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설비투자 하고도 현금 넘치는 `배당 매력株`
입력 2017-06-20 17:53  | 수정 2017-06-20 19:56
통상 겨울에 인기 있는 배당주 시장이 올해는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새 정부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 등이 맞물려 배당에 대한 눈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의 배당성향뿐만 아니라 잉여현금흐름(FCF, 총현금흐름-총투자) 대비 배당 규모를 따져 묻는 기관투자가들이 늘고 있어 기업들이 한층 긴장하고 있다. 배당성향은 이익을 기준으로 배당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이지만 FCF는 현금을 기준으로 한다. 이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이 소위 투자활동을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 놓는 기업들에 대해 배당 요구 근거로 자주 활용된다. 내부유보금에 대한 배당 요구가 거세질수록 FCF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피200기업의 지난해 FCF는 75조원으로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98조4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번 돈보다 쌓인 현금이 많다는 의미로, 한 해 동안 기업의 배당 여력이 크게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배당성향은 당기 사업연도의 총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반면 FCF는 세후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더하고 설비투자 비용을 빼서 산출한다. FCF로 기업이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흐름이 얼마나 되는지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늘지 않았더라도 설비투자를 하지 않는 등 자본지출이 크지 않을 경우 FCF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배당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미 지난해 10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주주제안을 내놨을 때도 FCF를 기준으로 배당 확대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엘리엇은 향후 삼성전자 FCF의 75%를 지속적으로 주주에게 환원할 것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물론 여기에서 주장하는 'FCF의 75%'란 현금배당 외에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포함한 것이지만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 중 투자에 쓰지 않는 나머지는 대부분 주주들 주머니를 채워주는 데 써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2016년과 2017년 FCF의 50%를 주주환원에 쓰겠다고 약속하고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 FCF(24조9000억원)의 50%에 해당하는 12조5000억원을 주주환원금으로 썼다. 이 가운데 4조원가량을 현금배당으로 지불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은 FCF가 높은데도 지난해 현금배당이 적었던 기업들에 대한 매수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기업 중 FCF가 많았던 기업은 삼성전자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SK SK이노베이션 등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 중에서 SK 한화 롯데쇼핑 등은 지난해 FCF 대비 현금배당 비율이 한 자릿수로 낮기 때문에 배당 압력이 거셀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6월 19일까지 6개월간 외국인 누적순매수 상위 20종목 중에는 LG전자(9244억원) LG이노텍(2836억원) SK이노베이션(1997억원) 등이 포함돼 있어 향후 배당을 노린 매수로 추정된다.

노무라증권은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배당 압력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코스피 배당성향은 20%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35%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FCF 대비 현금배당이 낮은 종목으로 태광산업 한화 LG이노텍 CJ 넥센타이어 LG전자 등을 꼽기도 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FCF 증가가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배당 압력이 거세질 수 있다"며 "과거 지배구조 펀드뿐만 아니라 행동주의 펀드가 노리는 것도 이런 부분"이라고 밝혔다.
■ <용어 설명>
▷ 잉여현금흐름(FCF) : 세후 영업이익과 감가상각비 합계에서 설비투자 등 자본지출을 뺀 값으로 기업이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나면 배당 여력도 높아진 것으로 평가한다.
[한예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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