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날 안 볼 것 같느냐"
억대 연구비를 착복하고 제자들의 인건비를 빼돌린 교수는 진실을 요구하는 학생에게 이렇게 협박했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정부로부터 받은 연구원 인건비를 개인 주식투자와 가족 용돈으로 사용한 교수도 있었다.
19일 국민권익위원회는 "서울 지역 유명 사립대 A교수와 지방 사립대 B교수가 제자들을 국가 지원 사업의 허위 연구원으로 등록하고, 이들의 인건비를 챙기는 식으로 약 5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착복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관련 사항을 교육부와 경찰에 통보했으며 경찰은 최근 이들을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입건하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A교수는 지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정부에서 지원하는 42개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제자들 인건비 명목으로 수억원의 연구비를 타냈다. 이 돈을 비밀번호가 동일하게 설정된 통장에 보관한 뒤 필요할 때마다 인출해 3억 7천여만원을 빼돌렸다. 이중 1억 3천만원은 예금했고 나머지는 주식 투자, 가족 용돈 등 생활비에 사용했다. 연구비 인출을 학생에게 직접 시키는 대범함을 발휘했다.
지방 사립대 B교수는 지난 4년간 14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하면서 연구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지급된 인건비 1억 6천여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들은 자신이 연구원으로 등록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이후 사정을 알게 된 학생들이 자신에게 지급된 인건비를 교수에게 줄 수 없다고 버티자 B교수 "다시는 날 안 볼 것 같느냐", "이런 식으로 나오면 나름의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또다른 서울의 사립대 C교수도 연구비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신고를 접수받아 조사를 진행중"이라며 "대부분의 연구비 부정수급이 교수들의 우월적 지위에 눌려 이를 묵인하면서 관행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비 등 각종 보조금 부정 수급은 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자는 별도의 심의를 거쳐 최대 30억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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