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전에 미리 사자"…분양시장 북새통
입력 2017-06-18 18:13  | 수정 2017-06-18 21:22
지난 16일 개관한 다산신도시 신안인스빌 퍼스트포레 견본주택에 주말 3일간 3만5000여 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분양 관계자는 "다산 지금지구의 마지막 민간분양이라는 희소성과 함께 부동산 대책 전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신안]
문재인정부의 첫 부동산시장 대책 발표를 앞두고 강남지역 중개업소들은 일제히 문을 닫고 숨죽인 채 주말을 보냈다. 하지만 분양시장은 규제 전 내 집 마련을 서두르려는 실수요자들과 투자자들이 몰리며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주 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격적으로 분양보증심사·발급업무를 중단하면서 당분간 신규 분양이 중단될 것이란 예상이 매수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6일 문을 연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 지금지구의 '신안인스빌 퍼스트포레'(총 1282가구) 견본주택에는 주말 사흘간 3만5000여 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분양 관계자는 "HUG 보증 중단 소식이 퍼지자 이미 승인을 받은 단지는 추가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속에 16일 오후부터 투자자들이 대거 찾았다"며 "올해 막판 분양인 데다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실수요자들도 서두르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같은 날 견본주택 문을 연 울산 '송정 지웰 푸르지오'는 총 420가구 규모로 500가구 미만 중형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주말 사흘간 총 2만1000여 명이 찾았다. 분양 관계자는 "송정지구 마지막 민간분양이어서 앞으로 청약 기회가 없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찾아왔고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한 실수요자들도 몰렸다"고 설명했다.
경남 진주혁신도시 '중흥S-클래스 센트럴시티'(총 1337가구) 견본주택에도 2만여 명이 찾았다. 진주혁신도시는 11·3대책 규제지역이 아니지만 LH 등 공공기관 이전 호재가 있다 보니 투자 수요가 가세하면서 지난해 평균 청약경쟁률이 평균 10대1에서 112.3대1을 오간 곳이다.
분양을 마치고 계약을 시작한 서울과 수도권 인기 단지들도 계약 마감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새 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규제로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분양한 '보라매SK뷰'(신길뉴타운 5구역·일반분양 743가구) 역시 지난 7일 정당계약 이후 닷새 만인 11일에 계약을 모두 끝냈다. 한 계약자는 "계약서를 쓰러 10일 현장에 가보니 정부 대책 발표를 앞둔 시점인데도 '떴다방(이동식 불법중개소)'이 모여들어 '규제를 피한 인기 단지인 만큼 초기 웃돈이 5000만원일 것'이라는 말을 건넸다"고 말했다.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면서 11·3대책을 비켜 간 경기도 김포에서는 이례적으로 총 3598가구에 이르는 매머드급 단지가 계약을 빠르게 마감했다. 김포시 걸포동에 들어서는 '한강 메트로자이'는 청약 당첨자들이 계약하는 정당계약 기간(6월 7~9일)을 포함해 닷새 만인 11일 계약을 마쳤다. GS건설 분양 관계자는 "당장 내년 개통 예정인 김포도시철도 걸포북변역의 역세권 단지라서 서울 접근성을 염두에 둔 실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정부 대책 발표를 앞두고 '풍선효과'도 두드러졌다. 특히 투자수요는 규제의 과녁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오피스텔로 옮겨 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 견본 오피스텔 문을 연 '송도 아트포레 푸르지오 시티'의 경우 총 343실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사흘간 1만6000여 명의 예비 청약자들이 찾았다. 분양 관계자는 "보통은 2실 이상 사들이는 40~60대가 대부분이지만 1실이라도 사서 투자를 해보겠다는 20·30대들이 부쩍 눈에 띄었다"며 "젊은 투자자들은 대부분 청약가점이 낮은 무주택자이기 때문에 아파트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고 주택담보대출 대상도 아닌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며칠 후 정부 대책이 발표되면 전문가들은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규제에 더해 금리 인상 이슈가 남아 있기 때문에 수요자들이 앞으로도 재빠른 매수세에 나서기는 어렵다"며 "다만 서울은 예금금리 저금리와 주택 부족, 전세 세입자의 매수 전환, 강남 재건축 본격화 등이 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정부 대책 하나만으로 급등락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일률적으로 대출을 조이고 분양시장 문턱을 높이면 투자자들은 틈새시장을 찾지만 실수요자는 선택지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이번주에 견본주택을 열거나 청약을 받는 단지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청약의 경우 전국 6개 단지에서 4726가구(공공분양·임대주택 등 제외)가 줄줄이 접수에 들어간다. 21일에는 다산 지금지구 '신안인스빌 퍼스트포레'를 시작으로 22일에는 충남 '두정역 효성해링턴 플레이스'와 '울산 송정 지웰푸르지오'가 1순위 청약접수를 시작한다. HUG의 보증 중단 여파로 이번주에 새로 견본주택 문을 여는 곳은 오피스텔을 포함해 6곳뿐이다. 23일 '고양 향동지구 중흥S-클래스' 아파트를 비롯해 '일산 한류월드 유보라 더 스마트'오피스텔 등이다.
[김인오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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