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 문재인 대통령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념 기념식 축사
입력 2017-06-15 18:39 
[전문] 문재인 대통령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념 기념식 축사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 의지를 보여주는 증표"라며 "이를 실천한다면 어떻게 기존의 남북간의 합의를 이행해 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은 문 대통령의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오늘 6.15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고뇌와 용기, 그리고 역사적 결단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되살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특별히 이희호 여사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생전에 여사님께 보냈던 존경과 사랑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습니다. 여사님께서 평화를 이룬 한반도를 보시는 것이 우리 모두의 기쁨이 될 것입니다. 이희호 여사님,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꼭 좋은 세상 보십시오.

오늘 이 자리에 서니, 김대중 대통령께서 짊어지셨던 역사의 무게가 깊게 느껴집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두렵지만 나서야 하기 때문에 나서는' 참된 용기를 보여주신 분입니다. 그 용기가 대한민국의 민주화 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대중 대통령님의 큰 발걸음은 남북화해와 평화, 햇볕정책에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적으로 보여주셨습니다. 분단 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이끌어냈습니다. 남과 북의 평화통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변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이끌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IMF 위기 속에서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IMF 위기까지 극복하였습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는 새롭게 정립되고 발전되어야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6.15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평양에 가셨습니다.

결코 순탄대로가 아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임기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금창리에 제2의 지하 핵시설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까지 검토했던 1994년 이후 또다시 한반도 정세가 긴장국면으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님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하면서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주도적으로 닦으셨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심각한 우려사항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이는 물론 우리의 안보에도 매우 심각한 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우리 모두는 분명히 기억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 속에서도 남북화해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적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며 남과 북이 함께 번영을 구가할 수 있는 의지와 지혜, 역량을 우리는 갖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북한의 핵과 도발을 불용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이루어 냈듯이 우리도 새롭게 담대한 구상과 의지를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그동안 남과 북은 반목과 대결이 계속되는 속에서도 몇 차례 중요한 역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부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지나 2000년 6·15공동선언까지, 그리고 그 토대 위에서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10·4정상선언으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남북당국 간의 이러한 합의들이 지켜졌더라면, 또 국회에서 비준되었더라면 정권의 부침에 따라 대북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남북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 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역대 정권에서 추진한 남북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드시 존중되어야 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정부는 역대 정권의 남북 합의를 남북이 함께 되돌아가야할 원칙으로 대할 것입니다. 또한 당면한 남북문제와 한반도문제 해결의 방법을 그간의 합의에서부터 찾아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내외 귀빈 여러분,

6.15공동선언은 남북문제의 주인이 우리 민족임을 천명했습니다.

남과 북은 또 10·4 선언으로 분명히 약속했습니다. 남북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보장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관련국 정상들의 종전 선언을 추진해가기로 약속했습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약속에 북한 핵문제 해결의 해법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약속이 담겨있습니다. 남과 북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6·15 공동선언과 10·4 남북정상선언의 존중과 이행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 고도화로 말 따로 행동 따로인 것은 바로 북한입니다.

우리는 우리대로 노력할 것입니다. 북한도 그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 포기 결단은 남북 간 합의의 이행의지를 보여주는 증표입니다. 이를 실천한다면 적극 도울 것입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북한의 호응을 촉구합니다. 저는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기존의 남북간의 합의를 이행해 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습니다.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 그리고 북미관계의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17년 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대통령님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뜨겁게 포옹하던 그 모습을 여러분 모두가 기억하실 것입니다. 전 세계를 가슴 뛰게 한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또, 기억합니다. 6·15 선언을 합의한 후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하셨다는 그 말씀, "젖 먹던 힘까지 다했다. 내 평생 가장 길고 무겁고 보람 느낀 날이다"라는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 가슴 뛰던 장면이, 그 혼신의 힘을 다한 노력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 꿈틀거릴 때, 한반도에 새로운 역사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남북의 온 겨레가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역사, 남북의 온 겨레가 경제공동체를 이뤄 함께 잘사는 역사, 한강의 기적이 대동강의 기적을 일으켜 한반도의 기적이 되는 역사, 그 모든 역사의 주인은 우리 자신입니다.

너무 오랫동안 닫히고 막혀 있었습니다. 남북이 오가는 길만 막힌 게 아니라 우리들 마음까지 닫혀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남북관계의 복원과 대화의 재개를 모색하겠습니다. 국민들 속에서 교류와 협력의 불씨가 살아나도록 돕겠습니다. 우리 청년들의 상상력이 한반도 북쪽을 넘어 유라시아까지 뻗어가도록 돕겠습니다. 여야와 보수진보의 구분 없이, 초당적 협력과 국민적 지지로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번영의 길이 지속되게끔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 노력해 주십시오. 국민들 마음속의 분단이 평화로운 한반도를 향한 벅찬 꿈으로 바뀌어가도록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께서 함께 노력해주십시오.

그렇게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이 함께 어울릴 때, 그것이 김대중 대통령님의 정신과 6.15 남북정상회담이 이룬 성과를 온전히 계승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6·15 남북공동선언에 담긴 꿈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오늘에 맞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일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해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