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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저무는 슈틸리케 시대, 새 등불이 필요하다
입력 2017-06-15 06:01 
7년 만에 선임된 외국인 감독. 최종 결말은 ‘실패’였다. 역대 A대표팀 감독 중 가장 오랫동안 이끌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무능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축구의 슈틸리케 시대가 저문다. 7년 만에 축구 A대표팀 외국인 사령탑으로 선임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물러난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기술위원회를 열어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논의한다. 결론은 정해져있다. 경질이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경기가 남아있는 시점이다. 초강수다. 그러나 너무 늦은 결단이기도 하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희망이 남아있다던 슈틸리케 감독은 자진 사퇴를 거부했지만, 그 희망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를 해임할 수밖에 없다. 풍파를 겪고 있는 한국축구의 앞날은 현재 깜깜하다. 새로운 등불이 필요하다.
◆해피엔딩 없었다
축구협회가 슈틸리케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한 날짜는 2014년 9월 5일. 1014일 만에 축구 A대표팀 감독직에 그의 이름이 사라진다.
슈틸리케 감독의 정식 계약은 2014년 9월 24일부터였다. 계약기간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까지다. ‘예선 탈락이라는 변수가 없다면 임기가 보장된다. 역대 A대표팀 감독 중 최장 계약기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중도 사퇴한다.
1992년 전임 감독제가 도입된 이래, 외국인감독은 총 7명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나톨리 비쇼베츠(1994년 7월~1995년 2월), 거스 히딩크(2001년 1월~2002년 6월), 움베르투 쿠엘류(2003년 2월~2004년 4월), 조 본프레레(2004년 6월~2005년 8월), 딕 아드보카트(2005년 10월~2006년 6월), 핌 베어벡(2006년 7월~2007년 8월)에 이어 7번째다.
10여년 전 흔히 쓰였던 표현처럼 독이 든 성배인 것일까. 계약기간 만료로 떠난 외국인감독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사실상 ‘해피엔딩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이 유일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용과 결과가 모두 좋지 않았다는 점을 인지한다. 내가 책임을 져야한다”라고 밝히면서도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제 발로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마지막까지 덜 추하게 떠날 수 있음에도 그는 한결 같은 태도였다.
당초 슈틸리케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직후 위기에 처한 한국축구가 바랐던 ‘이상적인 지도자는 아니었다. 축구협회는 대륙별 선수권대회 지도 경험, 월드컵 예선 및 본선 지도 경험, K리그와 연계성, 인성, 연령 제한(66세 미만), 영어 구사, 미계약자 등 8가지 새 감독 조건을 내세웠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준을 거의 충족하지 못했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몸값 등도 고려해 현실적인 눈높이에 맞혀야 했다.
냉정히 말해 ‘A급 대우를 받을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드러냈다. 무색무취였다. 팀은 발전하지 않았다. 하나로 융화되지도 못했다. 그는 끝내 리더가 되지 못했다.
또한,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의 유소년축구 육성 능력을 높이 샀다. 하지만 그가 3년간 유소년 및 지도자 육성 등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었나.
굿바이 슈틸리케.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경질된 첫 감독이다. 사진=천정환 기자
◆월드컵 최종예선 첫 중도 사퇴
전임 감독제 도입 이래 월드컵 예선 도중 감독이 교체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2006 브라질월드컵 2차예선의 쿠엘류 감독과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의 조광래 감독은 중도 퇴진했다. 쿠엘류 감독과 다르게 조광래 감독은 이른바 베이루트 참사로 탈락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물론, 축구협회가 단판 승부 결과에 따라 탈락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기존 감독에게 힘을 실어준 경우도 있다. 2006 독일월드컵 2차예선의 본프레레 감독이다.
한국은 베트남 원정에서 가까스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레바논 원정에서 1-1로 비기며 몰디브와 최종전서 패할 경우 조기 탈락이 가능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본프레레 감독이 부임한 지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반면, 슈틸리케 감독은 수많은 시간과 기회를 줬다. 그는 역대 A대표팀 최장수 감독이다.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단계별 발전을 바랐으나 오히려 뒷걸음질만 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에서 한국은 더 이상 ‘절대 강자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최종예선 도중 경질되는 첫 사례다. 쿠엘류 감독과 조광래 감독이 옷을 벗을 당시에는 월드컵 최종예선이 아니었다. 1994 미국월드컵부터 2014 브라질월드컵까지 최종예선만큼은 1명의 지도자가 완주했다. 물론, 하나같이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땄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 이번에는 진짜 위험하다. 1승뿐인 중국에게 졌고, 6골만 넣은 카타르에게 5골을 내줬다. 위기를 타개해 나가야 하나,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믿음이 사라졌다. 3년 전 슈틸리케 감독 선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그와 ‘공동운명체다. 이용수 위원장부터 재신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2위다. 직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그러나 아직 포기할 상황이 아니다. 사진=김영구 기자
◆난관 돌파 최대 변수 ‘새 감독
가시밭길이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순조롭게 통과한 사례가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번처럼 험난했던 적도 없다. 2경기를 남겨두고 탈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은 낯설기만 하다.
한국은 4승 1무 3패(승점 13점)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위에 올라있다. 1위 이란(승점 20점)은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카타르에 덜미를 잡히면서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과 간극을 벌리지 못했다. 중국과 극적으로 비긴 시리아(승점 9점)마저 희망을 품고 있다.
본선 직행이 가능한 조 2위지만 절대적인 유리함은 사라졌다. 불안하고 위태롭다. 경우의 수는 상당히 복잡해졌다. 자력 본선 진출은 가능하다. 이란(8월 31일·홈)과 우즈베키스탄(9월 5일·원정)을 모두 꺾으면 된다.
이란전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즈베키스탄은 같은 날 A조 최하위 중국과 맞붙는다. 한국이 이란을 꺾고 중국이 우즈베키스탄을 잡는다면, A조 2위를 확정 짓는다. 그러나 그 같은 행운이 최종예선 내내 계속될 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실력으로 쟁취해야 할 때다.
이란은 현재 아시아 최강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세계랭킹도 30위로 가장 높다. 6승 2무 8득점 무실점의 완벽한 성적표로 예선을 통과했다. 게다가 한국의 천적이다. 이란은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부임 이후 한국과 4번 맞붙어 모두 이겼다. 한국은 그 4경기에서 1골도 넣지 못했다.
격한 발언을 할 정도로 두 팀의 관계도 사이좋은 편이 아니다. 8년 전과 상황이 정반대다. 한국 킬러인 간판공격수 아즈문(로스토프)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나 복수를 꿈꿀 이란은 총력을 쏟을 터다.
이란을 이기지 못한다면, A조 2위 사수는 매우 힘겨워진다. 한국이 이란을 못 이기고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을 이긴다면 A조 2,3위가 바뀐다. 그 상황에서 우즈베키스탄을 적지에서 이간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이다. ‘참사라는 표현이 잇달아 쓰일 정도로 졸전이기까지 했다. 한국이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승리한 것은 20년 전의 옛 일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최종예선 홈 4경기에서 3승 1패 4득점 1실점을 기록했다.
경우의 수를 최대한 줄일 수도 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만 이기면 된다. 그렇지만 끝없는 나락에 사기가 떨어진 가운데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할 힘이 있을까.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룰 우즈베키스탄의 저항은 더욱 심할 것이다.
최대 변수는 독이 든 성배를 받을 새 감독이 됐다.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하다. 흐트러진 팀을 재건해야 한다. 팀 분위기는 최악이다. 결속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촉박하다. 준비기간도 짧다. 이번에는 조기 소집도 불가능하다. 예선 통과에 대한 압박감도 이겨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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