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소 "일단 문닫고 지켜보자"
입력 2017-06-13 18:03 
◆ 부동산 투기 단속 ◆
13일 오전 강남 부동산 열풍을 주도한 개포동 일대는 고요했다. 상가마다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부동산중개업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개포동에서 영업을 하는 공인중개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영업 안 하느냐"고 묻자 "정부에서 단속을 나온다고 해서 당분간 문 닫을 예정이다. 문의사항이 있으면 전화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강남 일대 부동산중개업소가 일제히 영업을 중단하고 '침묵'에 들어갔다. 이 지역이 시장 과열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정부가 단속에 나선다는 소문이 며칠 전부터 파다했다. 매일경제가 확인한 결과 가장 집값이 크게 오르고,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거래가 활발한 개포 지역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이미 단속 하루 전날인 12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단속이 나오면 가장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시장은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쫓는 자보다 더 잽싸게 피하는 쫓기는 자들이다. 개포주공1단지의 A공인중개사는 "어제부터 청담동과 잠실 일대에 단속이 떴다는 소문이 한 차례 돌았다. 공무원들이 단속을 나오면 실적을 위해 집요하게 캐기 때문에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다"고 상황을 전했다.
압구정동 구현대 단지 내에서도 문을 연 중개업소는 보이지 않았다. 재건축 효과로 가격이 훌쩍 뛴 한강변 아파트 청담삼익 인근 중개업소도 문을 닫았다. 이곳의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강남 지역 공인중개사무소들은 '공동 중개' 때문에 자기 동네 외의 중개사들과도 네트워크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강남권 부동산 중개업소 대부분 휴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집값 상승세가 크지 않은 도곡동 일대 중개업소 몇 곳이 오전에 문을 열었으나 오후에는 영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C공인중개 관계자는 "오후에 단속이 나온다고 해서 오전 영업만 하려 한다"며 "불법 영업한 건 없지만 괜히 꼬투리 잡히고 취조 당하는 게 싫다"며 셔터를 내렸다.
최근 과열 분위기가 감지된 강동구 고덕동 일대와 송파구 잠실동 일대 중개업소들도 문을 닫았다. 상당수 공인중개업소들이 정부의 현장점검 계획을 미리 파악한 상황에서 시행하는 단속이 무슨 소용이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과열됐다'고 하는데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것을 가지고 중개업소 잡는다고 무슨 대책이 나오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구현대 단지 내 상가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 관계자도 "부동산이 과열될 때마다 정부가 의례적으로 강남 지역 공인중개사무소 현장점검을 해왔지만 효과는 그때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값은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한다. 서울은 앞으로 신규 주택 공급 방법이 재건축, 재개발밖에 없는데, 강남 부동산 인기가 높으니 오르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했다. 다만 아파트가 아닌 상가 매매 및 임대를 중개하는 업소의 경우 정상영업을 하는 모양새다. 압구정역 인근 압구정로변의 일부 공인중개업소는 일부 영업을 했다. 압구정로변 D공인중개사는 "우리는 상가 중개 위주라 단속이 와도 걸릴 게 없다"며 "주변 아파트 중개 위주 사무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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