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韓·美 금리인상 조짐… "코스피 쉬어가자"
입력 2017-06-12 17:43  | 수정 2017-06-12 20:55
3월이후 첫 1%대 하락
코스피가 12일 전 거래일 대비 1.00% 하락하며 석 달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 9일 2381.69로 사상 최고치를 찍은 직후 주식시장에 쌓인 피로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때마침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급락한 데 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 처음으로 '통화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한껏 달아오른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다만 조정은 길지 않을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 상승 추세가 꺾였다고 보기 힘든 데다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참여 지침) 도입에 따른 코스피 배당성향 상향 등 호재가 아직 남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00% 떨어진 2357.87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쌍매도에 나서며 코스피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이날 1447억원어치, 기관은 4081억원어치 코스피 순매도에 나섰다. 기관은 7거래일 연속 코스피 순매도에 나서며 '셀 코스피'를 주도하고 있다. 직전 5거래일 연속 코스피 주식을 산 외국인도 이날 순매도로 방향을 틀었다.
하락세로 출발한 코스피가 장중 낙폭을 키우자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광판이 일제히 파랗게 물들었다. 삼성전자가 전일 대비 1.56% 떨어진 226만90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37% 떨어진 5만7500원에 종가를 찍었다. 코스피 시총 상위 종목에서 상승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유일했다. 현대차는 전일 대비 1.56% 오른 16만2500원에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장세는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상승 심리에 이끌려가는 분위기였다"며 "달리는 말이 언제 멈출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장세여서 장 전반에 조정이 나올 만한 시점이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9일 미국 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급락한 게 코스피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시트론리서치가 주당 16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주식이 13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매도 보고서를 냈고, 이 여파로 페이스북 아마존 알파벳 등 대형 기술주가 급락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기정사실화된)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그동안 많이 오른 미국 정보기술(IT) 주식이 조정에 들어갔다"며 "그 여파로 나스닥이 급락해 코스피 조정으로 연결된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날 코스닥지수가 전일 대비 1.38% 하락한 664.86에 마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코스닥은 연초 이후 상승폭이 코스피 대비 작았지만 나스닥 급락 직격탄을 맞아 속절없이 지수가 밀렸다. 8거래일 상승하던 지수가 하락 반전했다. 셀트리온(-1.38%), 카카오(-4.37%), 메디톡스(-0.41%)를 비롯해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이 전부 하락했다.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이 총재 발언 파장이 미국 상황과 비슷하게 증시가 조정받을 빌미를 줬다는 게 증권가 해석이다. 다만 금리 인상을 등에 업고 수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상승이 기대되는 은행주는 이날 주가가 상승했다. 우리은행이 장중 1만7200원까지 상승하며 1년래 최고가 랠리를 이어갔다.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등 다른 은행주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조정 장세에 빠진 코스피가 여전히 더 갈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기호 케이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관점으로 적당한 조정도 있어야 지수가 더 크게 갈 수 있다"며 "올해는 예년 대비 코스피 기업들 실적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조정 이상의 급락 장세까지 연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단기 조정 장세를 기회로 삼아 증시에 들어가는 투자 움직임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지수가 빠질 때마다 낙폭을 메우는 투자 대기 수요가 있기 때문에 조정이 있더라도 길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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