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 항암제의 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강경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 천연물연구소 선임연구원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에게 항암제를 투여한 뒤 독성이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식·의약품, 화장품 등을 개발하는 바이오산업에서는 제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반드시 독성평가 과정을 거친다. 평가과정에서는 쥐, 토끼, 개와 같은 포유동물들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동물실험윤리 이슈와 경제성 측면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배경에서 포유동물을 대신하여 항암제의 독성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동물로 예쁜꼬마선충을 선택했다. 즉, 실험용 쥐 대신 예쁜꼬마선충에게 항암제를 먹인 후, 행동이나 성장에는 문제가 없는지 혹은 이 벌레가 낳는 알의 개수에는 변화가 없는지를 관찰함으로써 항암제의 독성이 동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것이다.
강 선임연구원은 "하나의 새로운 항암제 개발을 위한 효능과 독성 평가 과정과 비교해보면 기존의 독성 평가 수행 시 한 달 이상의 연구기간동안 실험용 쥐 100여 마리 정도를 희생시켜야했다"며 "반면,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한 독성평가의 경우 포유동물을 이용한 실험 없이 일주일이면 평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방법인 쥐를 이용한 독성평가는 쥐의 체중변화, 조직병리분석 및 혈액검사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벌레를 이용한 실험은 벌레의 크기변화, 알의 개수, 알의 부화속도, 생식세포 형태관찰 등을 통해 항암제의 독성을 가늠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비록 벌레이긴 하지만, 사람과 유사한 소화기관, 신경기관,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향후에는 항암제의 독성평가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식의약품의 효능발굴이나 약물의 작동원리를 밝히는 데에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진은 현재 '예쁜꼬마선충 평가법'을 이용하여 항암제 후보물질과 여러 가지 환경유해물질 등 보다 다양한 화학물을 대상으로 독성평가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환경독성확회지' 6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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