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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인터뷰] 그 날 이후 50일…양성우 “나는 변했다”
입력 2017-06-12 06:01 
양성우는 그 날 이후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 그리고 그는 변했다. 사진=김영구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그 일이 터진 지 오늘로써 딱 50일이 지났다.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변화를 주기에 충분한 시간일 수도 있다. 양성우(28·한화) 야구인생의 큰 전환점이었다. 그는 완전히 달라졌다.
웃음기 많던 20대 선수는 말수가 줄었다. 행동거지도 조심스럽다. 원체 가볍지 않았으나 상당히 진중해졌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다르지 않다. 늘 파이팅이 넘치고 몸을 아끼지 않는 야구선수였다. 하지만 더욱 간절해졌다. 지금 이렇게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해한다.
땀도 더 흘린다. 더 노력한 만큼 그 효과가 나타난다. 기록이 달라졌다. 집중력 있는 플레이는 팬을 환호하게 하고 팀을 힘내게 한다. 다만 그는 잘 모른다. 개인 기록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그저 오늘도 팀을 위해 묵묵히 땀 흘릴 뿐이다.
◆더 절실해졌다
지난 4월 23일 새벽, 양성우는 수원에서 절친한 동료 오선진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전날 경기(수원 kt전)에 대타로 출전했지만 팀 패배를 막지 못했던 터라, ‘잘 해보자는 뜻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탁 트인 공간이었다. 둘을 알아본 누군가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로 삽시간에 퍼졌다. 양성우는 오선진과 함께 순식간에 화제의 인물이 됐다. 그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올랐다. 좋은 이야기가 나올 리 없다.
12시간도 남지 않은 주간 경기를 앞두고 새벽까지 술을 마신 것에 대한 쓴소리였다. 프로야구선수로서 자기관리가 부족하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다소 과격한 표현도 적지 않았다.
사건사고 등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고, 법을 어긴 범죄행위도 아니었다. 온전히 그가 떠안아야 할 책임은 아니었다. 사진까지 찍어 공개한 것에 대해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프로 입문 이래 처음 겪은 일이다.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선수단 내규에 따라 양성우는 곧바로 2군행을 통보 받았다. 그리고 11일이 지난 뒤 다시 1군에 복귀했다. 머리카락을 매우 짧게 자른, 거의 삭발 상태였다. 달라지겠다는 굳은 의지였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이겠다던 그였다. 정말 그렇게 했다. 지난 50일 동안.
양성우는 그 날 이후 나도 많이 변했다. 야구를 더 진지하게 대하게 됐다. 그리고 절실해졌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과 자세도 더 책임감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엎어진 물이다.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선배들도 그에게 ‘한 번쯤 실수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이상 실수해서는 안 된다라고 충고했다. 양성우는 그 말을 깊이 새겨듣고 실천하는 중이다.
다만 그 논란거리는 어쩌면 꽤 오랫동안 양성우를 괴롭힐 꼬리표가 될지 모른다. 지금도 온·오프라인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욕설을 퍼붓는 이도 있다. 양성우는 묵묵한 태도로 그 화살을 마주하고 있다. 결국 그의 행동에 달렸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양성우는 (인터넷 커뮤니티 혹은 기사 댓글 등은)평소 잘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주위에서 난리였다. 아마 나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다. 부모님께서도 따로 지인의 연락을 받으셨다. 그럼에도 (혹여 부담을 더 줄까봐)내게 티 한 번 내지 않으셨다”라며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계속 내가 다 감수해야 한다. (지금도 안 좋은 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더 열심히 잘해야겠구나라며 스스로를 채찍질을 한다”고 덧붙였다.
양성우의 일상생활에 한 가지 달라진 점도 있다. 술을 멀리 한다. 경기를 마친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스트레스를 날릴 법도 한데, 몸이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이제는 술을 못 마시겠다.” 그 일이 있은 후 생긴 큰 변화다.
양성우는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그는 더욱 집중하며 뛰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더 잘해야 한다
양성우는 지난 5월 4일 1군 엔트리에 포함됐다. 독한 마음으로 돌아온 그는 매서운 스윙을 펼쳤다. 28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1(90타수 28안타)을 기록했다. 그 이전까지 그의 타율은 0.200이었다. 특히 6월 타율은 0.400에 이른다.
시즌 도중 며칠 사이 갑자기 타격 기술이 좋아질 수는 없다. 마음가짐의 차이일 뿐이다. 양성우는 딱히 타격감이 좋다고 느낀 적은 없다. 전반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 한 가지 바뀐 게 있다면 집중력이다. 타석에 섰을 때 더욱 집중을 한다. 그리고 ‘공을 보고 치자고 단순하게 생각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양성우의 끈기와 집중력은 지난 11일 대전 삼성전에 잘 드러났다. 2-3으로 뒤진 6회말 무사 만루서 대타로 나서 심창민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얻었다. 그는 공을 끝까지 보면서 인내했다. 안타 하나면 뒤집을 수 있지만, 그는 스스로 해결하고 싶다는 욕심을 버렸다. ‘연결고리에 중점을 둔다. 그 날 이후 양성우의 목표는 오로지 팀에 관련된 것이다. 공-수에 걸쳐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게 최고의 만족이다.
양성우는 득점 찬스가 별로 없었는데 지난 5월 말 NC와 3연전에서 많이 주어졌다. 그런데 12타수 무안타였다. ‘내가 해결하겠다라고 의식한 게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래서 이제는 타점에 대한 생각을 접고 후속타자를 믿고 이어주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니까 공도 잘 보게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성우는 지난해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기회도 늘었다. 조금은 더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난해보다는 여유가 생겼고 시야도 넓어졌다. 김태균, 정근우, 이용규 등 선배들의 아무렇지 않은 이야기조차 그에게는 중요한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보완할 점이 있다. 현재 잘 치고 있지만 더 잘하기 위한 고민도 있다. 양성우는 1년 전 이 시기부터 흐름이 꺾였다. 6월을 잘 이겨는 것은 양성우의 과제다. 그는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던 터라, 겨우내 이를 보강하는데 중점을 뒀다.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준비도 많이 했다. 경험도 했기 때문에 올해는 다를 것이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하나의 고민거리는 홈과 원정 성적의 널뛰기다. 양성우는 홈에서 타율 0.435를 기록하고 있다. 장타 11개 중 9개를 홈에서 날렸으며 타점의 77.8%를 기록했다. 반면, 대전을 벗어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타율이 0.113에 그쳤다.
양성우의 생각에도 ‘미스터리다. 그는 지난해와 다르게 이상하게 대전에서 잘 맞는 것 같다.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나도 의아할 정도다. 원정 성적이 좋지 않은데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경기를 치르면 자연스레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전했다.
지난 2일 대전 SK전은 그 날 이후 양성우가 가장 크게 웃은 날이었다. 데뷔 첫 끝내기 안타로 팀의 역전극을 완성했다. 기쁨과 축하의 세리머니가 펼쳐졌다. 그는 형들이 내 (힘들었던)상황을 잘 알지 않은가. ‘잘 이겨냈다라며 기뻐해줬다. 축하해줘서 정말 좋았다. (프로 데뷔 후)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프로야구선수이기 때문에 상처를 받을 때도 있지만, 프로야구선수이기 때문에 행복을 얻을 때도 있다. 앞으로 야구로 웃을 날이 더 많기를 바라는 양성우다.
양성우
1989년 5월 2일생
174cm 84kg
하안북초-선린중-충암고-동국대
2012년 한화 4라운드 41순위 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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