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데뷔 후 첫 내한공연 브리트니, 화려한 무대 불구 남는 아쉬움
입력 2017-06-11 16:51  | 수정 2017-06-12 11:28

1990년대 얼터너티브락 씬의 한 축을 담당했던 스매싱 펌킨스는 2000년 해체를 고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더이상 경쟁하기 어렵다." 사실 해체의 주요인은 팀내 불화였지만, 당시 전세계 차트를 뒤흔들던 '틴 팝'에 대한 시기와 조롱을 압축적으로 토해낸 것이다. 그만큼 1998년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으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틴 팝 그 자체였다.
그런 그가 데뷔 19년 만에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했다. 그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전성기에서 살짝 벗어난 브리트니 스피어스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무대 매너로 자신이 왜 '팝의 요정'인지를 증명했다. 다만 홍보 부족, 비매너 관객들은 그의 첫 한국 공연을 다소 아쉽게 한 요인이었다.
지난10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브리트니 스피어스 라이브 인 서울 2017'.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20여개 히트곡들과 현란한 무대 연출로 90분 동안 1만 2000명의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당초 예매율이 예상보다 저조했으나, 유명세 탓인지 공연장 인근은 당일 오후부터 팬들로 북적였다. 20~30대의 여성 관객이 주를 이뤘고, 외국인 관람객도 상당한 수였다.
오후 8시 20분께 무대에 등장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정규 8집 리드 싱글인 '워크 비치(Work Bitch)'로 공연을 시작했다.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계열의 빠른 템포에 맞춘 가사와 춤은 '섹시 디바'의 면모를 강렬하게 알렸다. 이어 '우머나이저(Womanizer)'가 울려퍼지자 관객들은 뜨겁게 호응했고 공연장의 후끈 달아올랐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안녕 서울! 소리 질러!"라고 외치며 초창기 메가히트곡인 '...베이비 원 모어 타임'과 '웁스!...아이 디드 잇 어게인(Oops!... I Did It Again)를 한 편의 뮤지컬같이 엮어 불렀다.

격정적인 무대에 이어 서정적인 멜로디의 '메이크 미 우(Make me oooh)'가 흘러 나왔고, 관객들은 불빛을 밝힌 스마트폰을 일제히 흔들며 호응했다. 나무의자 군무와 어우러진 '두 썸씽(Do Somethin')', 여성 백댄서들과 고혹적인 춤사위를 펼친 '톡식(Toxic)' 등으로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관객들의 앵콜 요청에 '틸 더 월드 엔드(Till the world ends)'로 화답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고마워요 여러분들 대단해요"라는 손키스와 함께 무대를 내려갔다. 전세계에서 약 1억 5000만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리며 '2000년대 가장 많은 음반을 판 여가수' '미국 팝 가수의 상징'이라는 칭호에 걸맞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기대치가 높은 만큼 아쉬움도 많았다. 최근 일본에서 공연한 셋리스트와 거의 같은 '재탕 공연'이었다는 점, 일본 도쿄 공연 후 하루 동안 잠깐 들리는 공연으로 보인 탓에 홍보가 활발히 되지 않아 군데군데 빈 자리가 보였다는 점 등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도쿄 공연에서 마이크가 떨어져 나간 이후에도 음악이 흘러나와 또다시 지적됐던 '통 립싱크' 역시 한국 공연에서도 재연됐다. 현란한 무대의 '보는 음악'이 그의 스타일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마이크가 켜진 적이 3~4차례에 불과했다.
관객석 배치도 배려가 부족한 편이었다. 무대의 시야각이 좁아 양 사이드 쪽에서는 스크린을 통해 공연을 봐야했고, 공연 초반 메인홀 관객들이 무대 중앙에 모여들어 스탠딩으로 노래를 따라부르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다른 관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올해 초 같은 공연장에서 스탠딩석을 따로 마련해 1만 8000명의 관객을 동원한 '메탈리카'의 내한공연과 비교되는 장면인 셈이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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