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는 배당주 펀드 만한 게 없습니다. 주주들한테 배당 많이 주는 기업들이 어떤 기업이겠습니까, 장사 잘 돼서 이익 많이 남긴 기업이지요. 그러니 주가도 좋을 수밖에 없어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우리은행 여의도금융센터지점. 창구 직원에게 "코스피가 계속 오르고 있어 펀드에 한 번 가입해보려 한다"며 상담을 요청하자 이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곧바로 국내에선 '베어링고배당펀드'와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를, 해외에선 '피델리티글로벌배당주펀드'가 좋다며 추천했다. 그는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들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서 비싼 감이 없잖아 있다"며 "채권형도 금리가 오르면서 최근엔 잘 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요즘 판매사들의 추천 펀드 목록에는 '배당주 펀드'가 어김없이 올라 있다. 11일 각 판매사별 홈페이지를 살펴본 결과 우리은행의 경우 추천 펀드 10 중 6개가 배당주 펀드이고, KEB하나은행은 매달 선정해 발표하는 '이달의 펀드'에서 적립식 추천펀드 4개 중 3개가 배당주펀드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의 펀드' 4개 중에서 하나가,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주식형 추천펀드 7개 중 3개가 배당주펀드다. 그야말로 '대세'다.
지난 9일 찾은 대신증권 여의도 지점에서도 "어떤 펀드가 좋은지 추천을 받고 싶다"고 질문했다. 상담 직원은 듣자 마자 "아, 저는 요즘 배당주 펀드가 제일 좋은 것 같아서 고객분들에게 이 펀드를 많이 추천하고 있다"며 "수익률도 좋고 규모도 적정하고, 직접 세미나에 가서 매니저를 만나고 왔는데 운용 철학이 괜찮아서 저도 얼마전에 가입했다"고 이야기를 늘어놨다. 그가 추천한 펀드는 '베어링고배당펀드'였다. 그 역시 국내 주식형 중에서는 다른 펀드들을 권하지 않았다. 대신 배당주 펀드와 더불어 해외 주식형 펀드에 가입해 자산을 배분하라고 조언했다.
판매사들이 배당주 펀드를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단연 '수익률'이다. 배당주 펀드들의 수익률이 가장 높은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우수하고 특히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과거부터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내왔다는 것도 주요 추천 이유다.
실제 11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이후 국내 주식형펀드 중 배당주펀드의 전체 평균 수익률은 14.5%(지난 8일 기준)다. 배당주펀드들의 수익률은 근래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라고 할 수 있는 최근 한 달간의 평균 수익률은 6.6%나 된다. 특히 장기 수익률을 살펴보면 5년 누적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들(액티브와 인덱스 모두 합쳐) 중에서 가장 높다. 평균 무려 62%의 수익률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장기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명제가 가장 모범적으로 실현되는 펀드야말로 배당주 펀드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베어링고배당펀드나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 등은 올해 대부분의 공모펀드들이 환매 러시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서도 꾸준히 자금을 끌어 모으며 선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는 베어링고배당펀드에 올초부터 지난 8일까지 총 790억원이,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펀드(연금저축형)에는 올초부터 현재까지 574억원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했다.
수익률이 이미 많이 올랐고 또 오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 들어가도 괜찮다"고 입을 모은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지배구조개선 정책과 해외 기업들의 배당 확대 추세에 발맞춰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배당 성향도 따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배당주로 꼽히는 종목들은 이익이 늘어난데 더불어 최근 주가 흐름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상승 동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통계를 보면 코스피 상장법인의 현금 배당액은 2012년 11조5338억원, 2014년 15조4948억원에서 지난해 21조7807억원을 기록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배당수익률과 이익증가율이 높은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증시 흐름을 봤을 때 올해 상반기에 고배당 및 이익증가율 상위 기업들의 성과가 가장 양호했다"고 분석했다. 김민규 KB증권 선임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상장사 수익은 지난해보다 30~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들이 배당 성향을 예년 수준으로만 유지해도 현금 배당액 규모는 올해 역대 최대를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