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기본료 폐지와 같은 직접적인 시장 개입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와 학계에 따르면 요금제를 다양화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는 유사한 요금제로 번호이동의 유인이 적은 이동통신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요금제 형태를 많이 만들어내면 시장 경쟁을 촉진하게 됨으로써 소비자 편익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이통사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부가적인 혜택들을 가격으로 환산해 소비자 부담을 낮춘 요금제를 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 이통사들은 가입들에게 멤버십 혜택뿐만 아니라 요금제에 따라 영화, 모바일IPTV 등의 콘텐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에 반해 서양에서는 콘텐츠를 중요하게 생각해 비용 지불이 필요한 게 대부분이고 요금제는 통신서비스에 관한 것으로 국한한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일부 소비자들은 가계통신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자 "멤버십 혜택이 필요없다. 요금을 싸게 해달라"는 비판을 목소리도 내고 있다. 매년 사용기간 만료로 사라지는 이통사의 멤버십 포인트 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한다. 다수의 가입자들이 멤버십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혜택을 뺀 '슬림 요금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분석이다.
제한적인 데이터 공유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볼륨형 요금제'도 대안이 될 수 있어 보인다. 현재 데이터 선물하기, 데이터 박스 등의 방식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타인과 나눌 수 있지만, 대량의 데이터를 구매한 뒤 공유해 사용하는 요금제는 아직 없다.
미국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일정 용량을 가족끼리 공유할 수 있는 '패밀리 플랜' 요금제가 서비스 중이다. 월 납부액은 '회선 요금+데이터 용량에 따른 요금'이다. 예를 들어 회선당 요금을 1만원, 10GB 데이터 요금을 5만원으로 가정한다면 2인 가족은 7만원을 부담하면 되는 방식이다. 데이터 요금은 원가 등을 고려해 이통사가 결정할 사항이다.
장석권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볼륨 디스카운트(Discount)가 있는 형태로 요금제를 만드는 것도 연구해볼 만하다. 다만 혜택을 보는 데이터 대량 소비자, 다기기 사용자는 재력이 있는 소비자로 취약 계층이 아니다"면서 "정부의 가계 통신비 인하 취지는 지불능력이 떨어지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자는 것으로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업계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있다면 새로운 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일 국정기획위에 통신비 인하 방안을 보고 한다. 인하 방안에 요금제 다양화와 관련된 내용의 포함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요금제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는데 현재 요금제를 깎으라고만 압박하고 있다"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을 깎아도 혜택은 제한적이다. 차라리 새로운 요금제를 통해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