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야 3당, 강경화 후보자 채택 반대
입력 2017-06-08 16:54 

야3 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강 후보자 임명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당이 야당을 제외하고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기 어려운 만큼 새 정부의 정국 운영에 암초를 만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여야 지도부를 만나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국민의당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위장전입과 관련해 이화여고 재단이 가진 아파트 성격을 알지 못했을 수 없는 상황인데 끝까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며 "자질 측면에서도 북핵이나 사드·위안부, 대 중국 문제를 풀기에는 경륜과 자질이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이로써 기존 반대입장을 취하던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과 함께 야3당이 모두 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게 됐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한 외교통일위원회는 민주당 소속 의원 10명, 자유한국당 8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이 반수를 넘지 못해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 후보자가 낙마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청문회를 탈락한 장관 후보자가 된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강 후보자 뿐만 아니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이수 후보자와 강경화 후보자를 보면서 김상조 후보자와 더불어 부적격 3종세트로 규정할 수 밖에 없다"며 "이 세분은 정부의 최고 공직자로 도저히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도덕성과 직무적합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고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부정 취업 논란에 휩싸인 김상조 후보자 부인 조 모씨를 이날 검찰 고발하기도 했다. 서울 중앙지검에 관련 고발장을 제출한 최교일 한국당 법률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김 후보 부인의 토익점수가 900점임에도 불구하고 901점으로 변조돼 취업한만큼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다"며 "검찰에서 철저히 수사해 어떤 사람들이 관련됐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두 당이 반대하는데도 김상조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는 금명간 채택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이 이날 의총에서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찬성하기로 입장을 정했기 때문이다.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한 정무위원회는 민주당 10명, 한국당 7명, 국민의당 3명, 바른정당 3명, 정의당 1명 등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반대 입장을 펴는 한국당·바른정당을 제외하더라도 반수를 넘는 14명이 적격 의견을 내게 되는 셈이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향후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반대입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8일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후 입장을 정한다"고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 적격 의견을 내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향후 표결과정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120석인 민주당과 40석인 국민의당이 표결에 참여하면 160석에 달해 국회의원 전원이 출석하더라도 반수를 넘기 때문이다.
김동연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의당은 물론 한국당과 바른정당도 찬성하고 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김동연 후보자에 대해 "몇가지 소소한 문제가 있지만 경제부총리로서 곧바로 일할 수 있도록 채택키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동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는 9일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민의당이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린 것을 거론하며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야당 입장에서는 한두 명 정도는 낙마시켜야 야당 체면이 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대승적 차원에서 국정 안정에 협력해주는 것이 국민 여러분으로부터 박수받을 수 있는 진정한 야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일 '슈퍼 수요일' 청문회에서 세 후보자 모두 선방한데다 야당이 결정적 한 방을 날리지 못한만큼 지명 철회 등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강경화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야당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만간 여야 지도부와 만찬 회동을 갖고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과 인준 통과 등에 대한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또 다음 주 중에 국회 상임위원장들과도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회 보고서가 빨리 채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청와대 참모진이)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들이 있으면 협조를 구하고, 저희들도 인맥이 되는 분들에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제기되는 문 대통령의 '5대 인사 원칙' 폐기 주장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도 '원칙에 대해서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5대 원칙 내에 있는 세부 원칙이 인재 등용에 어느 정도 걸림돌이 되는지 경중을 가려보겠다고 했으니 세부적 기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정석환 기자 / 김효성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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