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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김옥빈 “홍콩 액션물 보며 배우 꿈, `동방불패` 임청하 광팬"
입력 2017-06-08 07:01 
김옥빈은 `악녀`를 이 악물고 찍었더니 사각턱이 됐다며, 오히려 뿌듯해 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정말이지 어렸을 때부터 너무나 액션스타를 흠모해왔어요. 동경의 대상이었죠. 그렇게 오랫동안 꿔왔던 꿈을 이뤘다니, 이렇게 흥분되고 행복하고 어안이 벙벙했던 순간은 없었던 것 같아요. 진심으로 ‘악녀가 ‘박쥐에 이은 제 인생작이 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이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마치 게임 속 가상현실에 놓인 듯하고 헤드캠을 두르고 살벌한 적진의 복도 한가운데를 걷는 것도 같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녀의 액션에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다. ‘악녀 김옥빈(30)의 압도적인 액션 연기 덕분이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옥빈은 스크린 속 살벌한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흰 슈트 차림에 청순한 웨이브 머리, 인형 같은 이목구비에 솔직하고 털털한 말투. 영화 속 매력과는 전혀 다른, 그러나 이에 버금가는 마력의 인간 김옥빈이다.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물으니, 처음엔 그저 작품을 완성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하고 뿌듯했는데 (해외에서) 예상 외 호평을 받고 나니 걱정이 많이 된다. 관객분들이 실망하지 않고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 분)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물. ‘나는 살인범이다로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를 한 정병길 감독의 신작으로 정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가히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풍부한 상상력, 강렬하고 숨을 멎게 만드는 액션 스퀀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김옥빈은 어릴 적부터 워낙 액션물을 좋아했다. 특히 홍콩 액션물을 보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 특히 임청하의 광팬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그 꿈을 이번 작품으로 이뤘다. 흥행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행복하고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워낙 액션물을 좋아해서 무협부터 액션까지 많은 영화들을 봐왔고, 특히 어린 시절엔 ‘동방불패 임청하를 보면서 배우의 꿈을 꿔왔어요. 이번 영화로 너무 이를 악물고 연기하고 지내도 보니 턱 근육이 조금 발달된 거예요. 살짝 갸름했던 얼굴이 사각턱이 됐는데 언뜻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임청하 배우의 모습 같아서 너무나 좋았어요. 사각턱 된 걸 좋아하는 여배우, 혹시 보셨어요? 하하!”
액션은 살벌해도, 매혹적인 배우 김옥빈. 사진|강영국 기자
유쾌함이 넘치는 김옥빈이었다. 어려운 작업을 끝마친 이후의 여유와 당당함도 느껴졌다. 한 단계, 아니 몇 단계 성장한 모습으로 그는 인터뷰 내내 진심 어린 답변을 이어갔다.
사실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 해보고 싶은 장르였기에 고민 없이 하겠다고 뛰어들었는데 어려운 게 너무 많았어요. 몸을 쓰는건 힘들어도 예상을 했는데 캐릭터의 감정선이 너무 복합적이고 세세한 게 많아서 감이 잡히질 않았죠.”
극 중 김옥빈이 맡은 숙희는 자신의 몸 자체를 무기로 쓰며 거구의 남성들을 단번에 제압하는 에이스 킬러다. 피 튀기는 혈전 끝에 경찰에 붙잡힌 그는 여성 킬러들을 양성해내는 비밀 기관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뱃속에 아이를 가진 숙희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되지만, 10년간 조직의 지령을 수행해야만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아이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때쯤, 예상치 못한 타깃의 등장으로 충격적인 과거 그리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사실 액션이라는 장르도 매력적이지만 드라마적인 부분도 굉장히 좋았어요. 트라우마의 연속인 성장 과정, 이 안에서 표현해낼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과 작품 특유의 코믹한 정서 등이 모두 신선했죠.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만큼 육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굉장히 힘들고 어려웠어요. 많은 트라우마 속에서 살인 병기로 커온 숙희지만 사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소녀의 감성을 지닌 캐릭터거든요. 이런 극과극 모습들을 담아내는 게 큰 숙제였죠.”
영화는 할리우드 여전사 액션물의 큰 틀 안에서 한국적 정서, 감독만의 신선한 액션 시퀀스를 입혔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딸의 복수와 이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 속을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와 절정의 끝에 마주하는 충격적인 진실.
김옥빈은 평소 꾸준히 다져온 무예 실력을 바탕으로 제대로 액션퀸의 면모를 보여준다. 여기에 한 명의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의 연속에 마주하는 처절함을 깊이 있게 표현해내며 그간의 내공을 느끼게 한다. 다만 악녀 탄생의 큰 축을 담당하는 ‘모성 연기 부분은 다소 미흡함이 느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애절하고도 한 서린, 인간의 무엇 그 이상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모성의 다양한 얼굴을 깊이감 있게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것.

그는 처음에는 워낙 액션에 치중해 복수심이라는 감정에 지배돼 몰입했기 때문에 ‘모성이라는 부분을 놓쳤다. 정신없이 촬영하고 모니터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미흡함을 극명하게 느꼈다”고 했다.
내 눈으로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금 ‘모성이라는 감정에 몰입하기 위해 결혼한 언니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많은 작품들을 참고했죠. 상상도 하고 숙희의 상황에 몰입도 하고 많은 공을 들였는데 아무래도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어요.”
끝으로 그는 칸에서 선보인 작품 시간이 국내 개봉 버전에서는 많이 줄었다. 아까운 장면들, 이야기들이 많아서 ‘악녀 오리지널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숙희가 어떻게 ‘살인병기로 키워지고 사랑을 하고 상실의 아픔을 겪었는지, 어린 숙희의 이야기가 보다 심도 있게 담겨 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이야기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주고 싶고,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이 담긴만큼 더 많이 공유하고 싶은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강렬한 역대급 액션퀸의 탄생이자 한국 액션물의 신세계를 연 ‘악녀는 8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3분.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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