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산은, 박삼구회장 사퇴 무산시 자금지원 중단
입력 2017-06-07 17:12 

산업은행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금호타이어 실사때문이다. 더블스타로 매각하려면 실사작업이 이뤄져야하는데 기존 경영진을 남겨둔채로 정상적인 실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사퇴카드를 꺼내들었다는게 M&A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금호타이어가 매각대상이 될수 밖에 없도록 경영을 한 경영진에 대한 문책 필요성도 있다는 주장이 주주협의회에서 강하게 제기된 것도 사퇴주장이 수면위로 부상한 또 다른 이유다. 실제로 이달초 주주협의회에서 산업은행은 물론 다른 주주들도 박회장에게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전언이다.
어쨌든 지난 2010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이후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경영권을 유지해 온 박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하면서 양측간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의 박회장 자진사퇴 입장은 확고하다. 만약 박회장이 9일까지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산업은행은 12일 주주협의회를 열어 박 회장과 박회장 측근인 이한섭 금호타이어 공동대표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해임결의를 위해서는 주주협의회 의결권(매각대상 지분 42.01%중 지분율에 따라 산정) 기준 75%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산업은행 의결권은 32.2%(지분율 13.51%), 우리은행 의결권은 33.7%(지분율 14.15%)다. 우리은행이 반대하거나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등 다른 채권단 전체가 반대할 경우 해임결의안은 무산된다.
우리은행이나 다수 주주은행들의 반대로 해임결의안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은 당초 9월까지 3개월간 채권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했던 안을 거부하고 채권단에서 이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경우 더블스타 매각은 무산되고 해임결의안에 반대한 은행들이 금호타이어 새주인을 찾을 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신규공급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금호타이어 매출 40%를 차지하는 중국 법인의 자금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이번달 만기가 도래하는 1조 3000억원의 채권만기 연장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달 중 금호타이어 본사 유동성도 고갈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더블스타와의 매각 협상을 조기종결짓지 못할 경우에도 채권만기 연장이 불발되고 이 경우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금호홀딩스 지분 대부분이 채권단으로 넘어온다. 아시아나항공을 필두로 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박삼구 회장 체제에서 벗어나 은행 관리 체제로 전환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은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 모두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주주협의회는 박삼구 회장이 무리하게 그룹 몸집 불리기에 나서면서 금호타이어 경영상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6조4000억원에, 2008년 대한통운을 4조1000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했다. 무리한 인수로 인해 지난 2009년말 금호그룹 전체가 부실화했고 금호석유화학,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금호타이어는 대우건설 인수에 4726억원을 투입해 3564억원 손실을 봤다.
높은 임금수준과 매년 반복된 쟁의행위 역시 금호타이어 재무상황악화에 한몫했다. 워크아웃 이전인 2008년 금호타이어의 1인당 평균임금은 660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한국타이어가 4200만원, 넥센타이어가 4100만원이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금호타이어 생산성은 경쟁사 대비 66%에 불과했던 셈이다. 중국사업 투자도 악수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5년 한중우호협회장으로 취임한 박 회장은 2006~2008년 중국 천진과 장춘, 난징 등에 신규 공장을 집중 건설했다. 하지만 업황은 악화됐고 금호타이어의 중국투자는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특히 2011년 중국 CCTV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금호타이어 천진법인이 타이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잔량고무를 과다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브랜드 이미지마저 추락했다. 이로인해 중국내 판매량이 급감했고 가격경쟁력까지 악화되면서 수출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박준형 기자 / 정석우 기자 / 노승환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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