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지주사 전환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따라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전일 대비 500원(0.35%) 내린 14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 주가는 최근 1년여 동안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움직임이 나타난데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지주사 전환을 요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 초 11만원선에서 10월 말 16만95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삼성물산 주가는 지난해 말 12만5500원까지 하락했다.
최근까지 삼성물산 주가는 12만원선에 머물며 잠잠한 모습이었다. 그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고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지주회사 전환 백지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후 삼성물산 주가는 17.2%나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 6.8%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삼성물산 주가가 재차 강세를 보이는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관심이 재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주목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비율, 즉 해당 기업의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자산이 50%가 넘으면 지주회사로 판단하고 관련 규제를 적용한다. 기존에는 해당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자회사의 주식가액만 평가했지만 이를 계열사 전체로 확대하고 평가방식도 공정가치 평가로 강화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담겨 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계산법을 적용하면 삼성물산의 경우 지주비율이 75%까지 상승해 지주사로 강제 전환하게 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3대 주주, 삼성생명의 2대 주주다.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을 4.25%만 보유하고 있어 지주사로 전환될 경우 지분 15.75%를 추가 확보하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활용하지 못하더라도, 인적 분할과 주식 교환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다만 삼성전자 지주회사는 자사주 활용 없이 삼성전자 영업회사의 최소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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