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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강렬, 그 이상의 女누아르 ‘악녀’…얕은 `모성’ 연기는 옥에티
입력 2017-06-07 07: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영화의 흥행 여부를 떠나, 작품에 대한 평가나 관객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김옥빈은 ‘박쥐 이후 또 한 편의 인생작을 만났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처음 접하는 여성 누아르의 탄생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의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며 이미 해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악녀(감독 정병길)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거침없이 관객의 혼을 빼놓는다. 마치 게임 속 가상현실에 놓인 듯하고 헤드캠을 두르고 살벌한 적진의 복도 한가운데를 걷는 것도 같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휘몰아친다. 공포스럽고 잔인한 몸짓이 만들어내는 묘한 카타르시스, 바로 ‘악녀 숙희의 첫 등장이다.
작품은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 분)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여전사 액션물이다. ‘나는 살인범이다로 성공적인 상업영화 데뷔를 한 정병길 감독의 신작으로 정 감독은 ‘악녀를 통해 가히 한국 액션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 풍부한 상상력, 강렬하고 숨이 멎게 만드는 액션 스퀀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숙희는 자신의 몸 자체를 무기로 쓰며 거구의 남성들을 단번에 제압하는 에이스 킬러. 피 튀기는 혈전 끝에 경찰에 붙잡힌 그녀는 여성 킬러들을 양성해내는 비밀 기관의 침대 위에서 눈을 뜬다. 뱃속에 아이를 가진 숙희는 곳에서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게 되지만, 10년간 조직의 지령을 수행해야만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아이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일 때쯤, 예상치 못한 타깃의 등장으로 충격적인 과거 그리고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할리우드 여전사 액션물의 큰 틀 안에서 한국적 정서, 감독만의 신선한 액션 시퀀스를 입혔다.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딸의 복수와 이를 둘러싼 음모와 배신, 속을 알 수 없는 의문의 남자와 절정의 끝에 마주하는 충격적인 진실. 살인 병기에서 처절한 악녀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감독은 액션이 주가 되는 작품 안에서 최대한 드라마적 성과를 높이고, 악녀의 탄생 과정을 개연성 있게 그려내기 위해 이중 반전과 두 개의 거대 조직을 등장시킨다. 화려한 출연진과 볼거리에 눈은 즐겁지만 다소 과도하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꼬일대로 꼬인 스토리에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녀는 이런 기시감을 과감하고 신선한 액션 시퀀스로 가감하게 뒤엎는다. 숙희가 수십 명의 적들을 소탕하는 오프닝은 영화의 가장 눈부신 장면으로 탄성이 절로 나오는 대목. 이 외에도 감독이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꼽은 오토바이 액션신을 비롯해 도심 속 자동차 액션,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숙희와 적들의 대결은 기존과 차별화 되는 색다른 액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김옥빈은 이번 작품에서 평소 꾸준히 다져 온 무예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 아름다운 비주얼과 잔혹한 살인, 리얼한 액션들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여기에 한 명의 여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절망의 연속에 마주하는 절망감과 처절함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그간의 내공을 마음껏 뽐낸다.
다만 악녀 탄생의 큰 축을 담당하는 ‘모성 연기 부분은 다소 미흡함이 느껴진다. 애절하고도 한 서린, 인간의 한계 그 이상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만드는 모성의 다양하고도 극한의 얼굴들을 깊이감 있게 표현해내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가장 처절하고 불쌍하며 오싹해야할 마지막 악녀의 탄생 순간이 어쩐지 밋밋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남긴다. 최고의 오프닝과는 달리 다소 아쉬운 피날레는 위대한 도전이 남긴 옥에티다.
강렬한 역대급 액션퀸의 탄생이자 한국 액션물의 신세계를 연 ‘악녀는 오는 8일 개봉한다.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3분.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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