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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포커스] 우리는 그들을 ‘승리요정’이라 부른다
입력 2017-06-07 06:59 
김동엽 아니 킹동엽이다. 김동엽의 승리는 SK와이번스의 승리를 징표한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토템(totem)이라는 말은 어떤 종류의 동물이나 식물을 신성시하여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과 특수한 관계가 있다고 믿고 그 동 ·식물류를 토템이라 하여 집단의 상징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다. 오늘날 토템이라는 말은 이런 유의 사회현상에 있어서 집단의 상징이나 징표로서의 동 ·식물이나 자연물을 가리키는 데 널리 쓰인다.
실제로, 과학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지만, 토템을 통해 사람들은 행운과 번영을 기원해왔다. 토템의 범위는 동·식물에서 사람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특히 특정 인물이 상징이 되어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때 확대되기도 한다.
‘승리의 요정이라는 말은 다소 오글거리는 표현이다. 하지만 일종의 토템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야구 등 스포츠에서 도드라진다. 야구경기를 보다가 누구나 무릎을 탁 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저 선수가 잘 하면 이긴다.” 실제로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지만, 특정 선수의 활약이 승리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는 특정 인물의 등장이 한 팀에게는 승리의 보증수표와 같은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팬들을 이런 사람들에게 ‘승리의 요정이라는 다소 과한 표현을 붙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프로야구에서 눈에 띄는 ‘승리의 요정은 어떤 이들이 있을까.

◆ 그가 홈런 치면 이긴다
그는 김동엽(27·SK와이번스)이다. 아니 ‘킹동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올 시즌 김동엽의 홈런은 SK 승리를 보증한다. 지난 6일까지 52경기에 출전한 김동엽은 타율 0.269 13홈런 40타점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0.527로 올해 거포 군단으로 KBO리그에서 신바람을 내고 있는 SK의 중심타자 중 1명으로 거듭나고 있다. SK는 6일까지 팀홈런이 무려 99개다. 2위 두산 베어스(59개)와는 40개 차이가 난다. SK타선은 상대팀 입장에서는 지뢰밭과 같다. 18개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최정(30)과 17개로 가장 먼저 전구단 상대 홈런을 때리며 2위를 달리고 있는 한동민(28)이 있다. 여기에 13개로 홈런 5위에 위치한 김동엽, 대체 외국인 선수로 23경기에서 11홈런을 쏘아올린 제이미 로맥(32), 9홈런을 기록 중인 이홍구(27), 각각 7개와 6개의 홈런을 보태고 있는 나주환(33)과 정진기(25)까지 SK타선은 두자리 홈런을 때릴 수 있는 타자로 1번부터 9번 타순을 구성할 수 있다.
이 중 김동엽의 홈런은 팀 승리와 직결되고 있어 그 영양가가 높은 편이다. 김동엽은 지난 4일까지 13개의 홈런을 때렸다. 그가 홈런을 친 12경기-4일 대전 한화전은 올 시즌 첫 멀티 홈런이었다-에서 SK는 11승1무를 거두고 있다. SK의 시즌 전적은 30승1무25패. 이 정도면 김동엽을 승리의 요정으로 부르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자신이 홈런을 때린 날 팀까지 승리하는데 이를 기뻐하지 않을 선수는 없다. 김동엽도 승리의 요정, 킹동엽이라는 별명에는 다소 쑥스러워 하면서도 팀이 이기는 경기에서 홈런을 치는 건 좋은 일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헥터 노에시는 선두 KIA의 핵심 키다. 시즌 8승 무패를 기록 중인 헥터가 등판한 11경기에서 KIA는 10승1패를 기록 중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들이 던지면 이긴다
엄밀히 말하면 그가 아니라, 그들이다. 그들은 외국인 투수다. 1, 2위를 달리고 있는 KIA타이거즈와 NC다이노스의 외국인 에이스들이다. 바로 헥터 노에시(30·KIA)와 제프 맨쉽(32·NC)이다. 헥터는 8승 무패로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KIA가 자랑하는 탄탄한 선발진의 중심에 서 있다. 아직 개인적인 패배를 기록하지 않는 헥터는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했다. 노디시전을 기록한 나머지 3경기까지 범위를 확대해 봐도 그렇다. 헥터는 5월7일, 13일, 19일 등 3경기 연속 노디시전을 기록했는데, 5월7일 사직 롯데전과, 5월13일 문학 SK전에서는 결국 KIA가 모두 이겼다. 5월19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아쉽게 팀이 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헥터가 등판한 11경기에서 KIA는 10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맨쉽은 등판한 7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지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10일 마산 넥센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후 팔꿈치 근육 손상 진단을 받고 재활을 하고 있다. NC로서는 맨쉽의 공백이 아쉽다. 개막 7연승을 달린 것도 있지만 내용면에도 완벽했기 때문이다. 맨쉽은 7경기에서 42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49의 짠물 피칭을 선보였다. 피안타율은 0.185,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은 불과 0.92였다. 승리의 요정이라는 애칭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12세이브로 세이브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kt위즈 마무리 김재윤(27)도 승리의 보증수표다. 김재윤은 18경기 15⅔이닝을 던져 1승 1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아직 제로다. 블론세이브는 당연히 없다. 19세이브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는 NC다이노스 임창민(32)이 1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김재윤은 완벽한 피칭을 보이고 있다. 다만 김재윤이 등판하는 상황이 자주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아쉽기만 하다.
LG는 지난해 트와이스를 시구자로 초대했을 때 승률이 좋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승리의 요정…시구자도 빼놓을 수 없다
승리의 요정이라는 말은 사실, 시구자와 그날 승리와의 관계에서 나온 말이다. 이야말로 앞서 언급한 토템의 의미에 맞는 승리의 요정이기도 하다. 지난해 LG는 시구자로 걸그룹 트와이스를 섭외했을 때 승률이 좋았다. 지난해 4월1일 개막전에는 쯔위와 정연이, 5월 31일 KIA전에는 나연, 사나가 초대를 받았고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는 미나와 채영이 승리를 기원해 승리로 이어졌다. 다만 NC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지효, 모모가 시구, 시타자로 섭외됐는데, 이날은 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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