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상 최고 찍은 코스피 2002년·2007년과 비교
입력 2017-06-07 06:02 
지난 5일 오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장 중 역대 최고치를 경신 뒤 이내 약세로 돌아서며 보합권에서 움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증권투자비밀수첩-136] 잠시 주춤했던 코스피가 지난 2일 사상 최고치(2371.72)를 다시 한번 갈아치우자 시장에서는 '지수 조정 가능성'을 놓고 엇갈린 전망이 대두하고 있다. 경기 회복세, 양호한 유동성, 실적 호조 등 이른바 '삼각 편대'가 이끄는 코스피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코스피가 단기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지난 6개월 연속 상승 랠리를 이어온 코스피가 이번달에도 우상향할지 여부다. 1997년 이후 코스피가 6개월 연속 오른 시기는 2002년과 2007년. 공교롭게 두 차례 모두 7개월째 되는 달에 조정기를 맞았다. 시장에서 이들 시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과거와 지금의 시장 상황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2001년 10월~2002년 3월 코스피가 상승 탄력을 받은 것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 때문이었다. 2000년 말 미국은 경제 경착륙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이는 유동성을 높이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어 2001년 10월에는 세계 경기가 바닥을 찍고 '리바운드(회복세)'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매수세도 한층 강해지는 시기였다. 그러다 2002년 3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글로벌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하락세로 방향을 틀며 조정의 늪에 빠졌다. 2007년 2월~2007년 7월에는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호황기를 맞는 시기였다. 당시 국내 산업재와 소비재를 중심으로 랠리를 형성하며 코스피 상승을 이끌었다. 이후 2007년 하반기 불거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슈는 코스피에 찬물을 끼얹었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진 탓에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주도주였던 대형주와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팔자'에 나섰다. 또 중국 증시 과열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자국 시장 규제에 나서자 국내 증시에서 중국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2002년과 2007년 코스피가 꺾일 시점에는 주도주의 조정이 지수 조정보다 먼저 일어났고, 외국인이 주도주를 대거 매도하는 공통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거 두 차례 상황이 현재와 다르다고 분석하며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에 주목하고 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정보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호조세를 나타내고 있고 국내외 경기지표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IT 주도주가 크게 올라 조정세를 보이는 종목도 있지만 주도주 조정이 코스피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6개월 이상 연속 상승했던 2002년, 2007년, 2017년의 6개월 누적 수익률은 각각 86.7%, 42.1%, 18.6%로 나타났다. 정다이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 상승 랠리 당시 수익률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코스피가 과열 국면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글로벌 경기 개선과 함께 IT, 금융, 에너지 등 업종의 기업 실적 컨센서스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하반기 코스피가 2500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율 여건도 기업 실적과 국내 증시에 우호적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40%가 수출 기업이다. 현재 미 달러화 대비 원화값은 1100~1140원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시장에서는 '환율 골드락스(Goldilocks)' 상황으로 진단하고 있다. 골드락스는 과열되거나 냉각되지 않은 적절한 상태를 의미한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기업의 영업이익과 지배주주 순이익 컨센서스가 한 달 전 전망치와 비교해 4.3%, 4.7% 올랐다"며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수준으로 2010~2016년 PER인 13.7배보다 저평가된 상태이며 코스피가 10~15%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의 추가 상승 전망에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이달 들어 코스피가 다소 주춤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오는 8일 예정된 '6월 선물옵션 동시 만기' 변수가 수급 측면에서 코스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6월 선물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국내 증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한 만큼 2200이 무너질 정도로 낙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외적으로는 9일 발표되는 중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국내 증시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가운데 경기선행지표인 PPI가 부진하게 나올 경우 중국의 거시경제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는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외국인 매수세가 국내 증시로 몰린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8일(현지시간) 영국 총선과 15일 유럽연합 재무장관회의에서 다룰 그리스 3차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 문제 등과 같은 유럽발 리스크도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대기 증권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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