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서 미세영양소, 특히 비타민D와 아연, 셀레늄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규명되어 주목받고 있다.
윤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2013~15년 염증성 장질환을 진단받은 83명을 대상으로 비타민D, 아연, 셀레늄 혈청 농도를 측정하고 이들 미세영양소 결핍의 위험인자를 분석한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 중 89.2%에서 비타민D 결핍이 확인됐으며, 특히 여성과 크론병이 비타민D 결핍의 위험인자로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윤혁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혈청 아연과 셀레늄이 국내 정상 기준치 이하인 환자 비율은 각각 39.0%와 30.9%였으며, 40세 미만의 젊은 환자들은 아연이, 알부민 수치가 낮은 여성 환자는 셀레늄이 결핍되기 쉬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비타민D 혈청 농도를 성별과 나이가 유사한 건강대조군과 비교해 본 결과,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평균 혈장 비타민D 농도는 12.3 ng/ml로 나타나 건강대조군의 20.0 ng/ml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염증성 장질환은 소장 및 대장에 지속적으로 염증이 생기는 만성 소화기 질환이다.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은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다.
이 질환은 복통, 설사 등의 장염 증상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장 천공, 대장암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이처럼 염증성 장질환은 자칫하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원인이 뚜렷하지 않고 한번 발병하면 완치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염증성 장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꾸준한 치료 뿐만 아니라 고른 영양소 섭취가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비타민, 미네랄 등 미세영양소가 결핍될 경우 각종 염증에 취약해지며 장을 비롯한 신체기관의 기능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윤혁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은 한국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성 크론병 환자는 특히 주의해야 하며 햇빛 노출과 음식물 섭취로 비타민D 결핍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일반적으로 영양제 등으로 보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소화기학회가 발행하는 SCI(E)급 학술지 '장과 간'(Gut and liver) 5월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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